이날 오전 10시 20분쯤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고인은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동지였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홍일아 미안해. 내가 좀 더 친절하게 했어야 했는데”라는 글도 남겼다. 김 전 의원의 동생인 김홍업(DJ 차남) 전 의원과 김홍걸(삼남)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도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찾았다.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건호씨도 조문을 했다.
‘DJ 장남’ 김홍일 전 의원 별세
생전 “대통령 아들은 멍에” 토로
이희호 여사 한달전부터 입원 중
병세 염려돼 아들 사망 안 알려
청와대에선 조국 민정수석이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세대가 겪은 ‘야만의 시대’를 다시 돌아본다”고 밝혔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빈소를 찾았다. 노 실장은 “고인이 당했던 수난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DJ와 사별한 전 부인 차용애 여사 사이의 장남으로 1948년 전남 목포에서 출생했다. 차남 홍업씨도 차 여사의 아들이며 3남 홍걸씨는 이희호 여사의 아들이다. 김 전 의원은 15~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2006년 안상태 전 나라종금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 대가로 1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 전 의원의 삶 전체엔 아버지 DJ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대학원생인 71년, 중앙정보부 지하실에 끌려가 고초를 당했다. 학생운동조직체인 ‘민주수호전국청년학생연맹’의 배후 조종자란 혐의였다. 80년 5월에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신군부로부터 고문을 받았다.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도 ‘아버지의 후광으로 배지를 단 사람’이라는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2001년 펴낸 자전적 에세이집 『나는 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는다』에서 그는 “대통령 아들은 영광이 아니라 멍에요, 행복이라기보다는 불행”이라고 토로했다. 유족은 장지로 광주 5·18국립묘지를 희망하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김 전 의원의 범죄 이력(알선 수재)이 안장 배제 사유가 되는지 등을 따져보고 있다.
현일훈·편광현·임성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