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조·미 수뇌 분들 의사에 대한 몰이해로부터 나온 것인지 나에게는 매력 없이 들리고 멍청해 보인다”며 “경고하는데 그런 식으로 사리분별없이 말하면 당신네 한테 좋은 일이 없다”고도 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최 부상의 “멍청해 보인다(dim-sighted)”는 발언을 전했다.
최선희의 볼턴 비판은 지난 18일 북한 외무성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비난에 이어서 등장했다.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은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 “평양을 찾아와 비핵화를 애걸하고 뒤돌아서는 최고존엄을 모독하는 저질적인 인간됨을 드러냈다”고 인신공격했다.
북한은 볼턴 보좌관이나 폼페이오 장관과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들을 콕 짚어 힐난하면서도 정작 실무 협상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CNN 방송은 20일(현지시간)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북한 간 의사소통이 잘 안 되면서 실무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점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답답함을 토로하면서도 북측 카운터파트와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을 용의가 있다는 점은 명확히 했다고 한다.
또 시기적으로 북ㆍ러 정상회담을 목전에 둔 만큼 북한이 미국과 곧장 대화에 나설 모멘텀도 없는 상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북ㆍ러 정상회담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까지 상반기 내 이뤄질 경우 김 위원장으로선 푸틴 대통령, 시 주석과의 대면 외교를 모두 완성한 게 되는 만큼 당분간 미국의 요구를 따르는 방식의 비핵화 협상에 나설 동력은 크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단 북핵 협상에 정통한 전직 외교부 당국자는 "북·러 정상회담은 북한이 지난 10여년 간 추진해 온 것"이라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러시아로 무게 중심을 옮겨 간다는 등 러시아 변수를 과도하게 해석하면 오판을 낳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