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현재 프로야구는 ‘선발투수의 시대’다. 선발이 강한 팀이 순위표 윗자리를 차지했다. 지난해 팀 타율 3할을 넘긴 두산은 오재일·오재원이 2군에 가는 등 중심타자들이 부진하다. 팀 타율도 5위(0.268)다. 그런데도 1위를 달린다. 조시 린드블럼-세스 후랭코프-이영하-유희관으로 이어지는 선발진 덕분이다. SK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33개 홈런의 SK는 올 시즌 최정과 제이미 로맥이 부진하면서 경기당 1개의 홈런도 때리지 못한다. 4선발 박종훈과 5선발 문승원이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철벽 선발진 덕분에 3위에 있다.
시즌 초반 선발투수 강한 팀 선전
지난해 비교해 타율·홈런 등 줄어
반발력 낮춘 공인구 효과인 듯
3월 개막 추운 날씨 영향 분석도
‘선발진 활약=높은 순위’ 현상은 ‘타고투저’ 현상 완화와 직결된다. 전체 일정의 15%인 105경기를 치른 17일까지 평균자책점은 4.10이다. 지난해 비슷한 시점(개막 후 107경기)의 4.84와 비교하면 매우 낮아졌다. 타율(0.276→0.260)과 경기당 홈런(2.36개→1.59개)도 줄었다.
야구계는 공인구 반발력을 주된 이유로 추정한다. KBO는 지난 시즌 뒤 공인구 반발력을 종전 0.4134~0.4374에서 0.4034~0.4234로 낮췄다. 지난달 첫 테스트에선 평균 반발계수가 0.4247로 나와 최대허용치를 넘겼다. 그런데도 선수와 지도자들은 ‘공의 반발력’이 낮아진 걸 체감한다. 롯데 손아섭은 “공이 배트에 맞을 때 느낌이 다르다”고 말했다. 양상문 롯데 감독은 “예전이라면 넘어갈 타구가 담장 앞에서 잡히고 있다”고 했다.
스트라이크존 확대가 ‘투고타저’를 이끌었다는 주장도 있다. 올 시즌 개막전 심판위원회는 감독들에게 ‘예전보다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보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타자들은 입을 모아 “낮은 공과 바깥쪽 공에 대한 스트라이크 빈도가 높아졌다”고 말한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심판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바깥쪽은 확실히 넓어진 느낌”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투고타저’라고 규정짓기에는 좀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시즌 초반보다는 후반으로 갈수록 야수들이 힘을 내기 때문이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공인구 효과는 분명히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시즌이 진행되면 투수들 체력은 떨어진다. 또 날씨가 풀리면 타자들 타격감은 올라간다. 지금보단 방망이가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