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선 긋기에도 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이 금리인하 쪽으로도 문을 살짝 열어둔 것으로 풀이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며 통화정책 대응(금리인하)을 논의할 명분을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석달 만에 0.1%p 낮춘 2.5%로
소비·투자·수출 모두 시원찮아
“선제적 금리인하 필요성 커져”
한은은 “소비 증가세가 주춤하고 설비·건설투자의 조정과 수출 증가세 둔화가 지속하며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소비와 투자·수출 어느 하나 좋은 구석이 없다는 의미다.
각종 경제 지표는 불안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 2월까지 9개월 연속 동반 하락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장기간 동반 하락이다.
한국 경제의 ‘엔진’인 수출도 힘이 빠지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의 부진으로 지난달까지 수출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 2~3월에는 수출 물량 감소와 단가 하락이 함께 나타났다.
소비도 위축됐다. 지난 2월 소매판매액 지수 증가율은 전달보다 0.5%, 1년 전보다 2% 감소했다. 지난달 소비자 소비심리지수는 전달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비관적인 수준이다.
가계 등의 수요 감소는 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0.54%였다. 통계를 작성한 65년 이후 분기 기준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을 1.1%로 예상했다. 지난 1월 전망치(1.4%)보다 0.3%포인트 낮췄다.
기댈 곳은 정부의 지갑밖에 없지만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경정예산 규모가 7조원 이하면 성장률 제고 효과가 0.13~0.15%포인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이 금리를 계속 동결하거나 기획재정부가 소규모 추경으로 대응하다 경기가 급격히 악화하면 심한 비난을 받을 수 있다”며 “선제적인 금리인하와 최소 10조원의 추경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