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구속된 피의자라도 기소된 뒤엔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석을 허가해야 한다는 원칙에 찬성한다. 요즘처럼 주요 사건에서 검찰이 물량 공세 수준의 자료와 기록을 쏟아붓는 상황이 이어지는 때는 더더욱 그렇다. 김 지사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라면 보석 허가가 타당한 측면이 있다.
다만 김 지사의 보석을 바라보는 우려의 눈길이 있다는 건 정치권이나 사법부가 새겨야 할 대목이다. 재판부는 2억원의 보증금과 함께 여러 보석 조건을 달았다. 드루킹 세력들과의 접촉을 금지했을 뿐 아니라 증거인멸과 도주도 못하도록 했다. 현실적으로 김 지사가 도주를 시도하지는 않겠지만 증거인멸에 대해선 의문을 품는 이들이 있다. 드루킹 사건이 불거질 당시 청와대 인사들과 드루킹 세력 간의 연관성과 접촉 사실이 알려져서다.
보석 기간 김 지사에게 유리한 사정 변경이라도 생기고 이것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면 보석 결정을 두고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김 지사의 보석 결정이 “사법부를 바로 세우겠다”며 수차례 다짐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오점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런 가운데 17일 오후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박 전 대통령의 보석 청구에 대한 건의를 올렸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썼다. 형집행정지 결정은 심의위가 담당한다. 김 지사의 보석 결정과 맞물려 자칫 불공정 시비나 또 다른 정치적 갈등의 불씨로 이어지지 않도록 ‘법의 원칙’이 지켜지길 기대한다.
이가영 사회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