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들른 ‘뉴욕의 미래’ 허드슨 야드와 견주면 더 분명해진다. 뉴욕시는 2005년부터 맨해튼 철도차량 기지를 250억 달러를 들여 재개발하고 있다. 사업 기간은 20년. 민간 개발로는 역대 최대다. 2025년까지 16개 타워형 빌딩에 초고층 아파트·사무실·쇼핑센터·공연장·호텔이 들어선다. 지난달 1단계 시설이 공개됐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도시형 등산빌딩 베슬(Vessel)은 단번에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다. 개발사인 릴레이티드 측은 “세상에 없던 명물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500년 넘은 도시 서울의 미래
쌀집·이발소·만화방으론 안돼
뉴욕의 도시 재생에서 배워야
나는 허드슨 야드의 성공 비결로 한 가지를 더 꼽고 싶다. 하이라인 파크다. 녹슨 철길을 되살린 하이라인 파크야말로 도시 재생의 살아있는 신화다. 불가능한 꿈을 꾼 두 젊은이, 프리랜서 기고가 조슈아 데이비드와 창업 컨설턴트 로버트 해먼드가 아이디어를 내고 사람을 모았다. 개발업자와의 지루한 소송과 갈등, 그것을 이겨낸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지원 사격, 도시계획 책임자 어맨다 버든의 집념이 어우러져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냈다.
하이라인의 성공이 없었다면 허드슨 야드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허드슨 야드를 “0.1%의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대형 오피스 공원”이라고 비판한다. 허드슨 야드는 웨스트 34번가에서 하이라인과 서로 만난다. 허드슨 야드가 개발·높이·첨단·자본의 상징이라면 하이라인은 보존·바닥·전통·주민을 대변한다. 둘이 어우러져 질시와 갈등을 딛고 뉴욕 도시 재생의 신화를 완성했다. “성공적인 도시는 파티와 같다”며 “볼거리·놀거리·먹거리를 통해 서로 어우러져야 한다”던 어맨다 버든의 말 그대로다.
박원순 시장은 2014년 하이라인 파크를 둘러보고 서울역 고가 공원 ‘서울로’를 구상했다. 하지만 흉내만 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엔 허드슨 야드를 보고 좌초했던 용산의 재생을 꿈꿔보기 바란다. 주민도 만족하고 피도 안 흘릴 묘안이 떠오를지 누가 알겠나.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