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미·중 간 패권 다툼은 더욱 거칠어집니다. 한국은 여전히 양국 사이에서 외교적 밸런스를 잡지 못해 허둥대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보복 등을 경험했지만, 여전히 열강 틈새에서 새우등이 터지는 형국입니다. 이런 와중에 중국 공산당 정권의 권위주의는 한층 강화됐습니다. 중국식 경제 성장에 따른 자신감과 자국을 세상의 중심으로 보는 ‘중화(中華)사상’이 대외정책에도 반영됩니다. 하지만 과거보다 역할이 위축된 국제기구는 중재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각국은 이미 자국 이익에만 집착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미친 영향도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국가 간 각축에도 불구, 동북아 내 경제 협력은 그럭저럭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국제정치 30년 뒤 어떻게 변할까
중국 성장 둔화로 미국 패권 유지
일본 중심 CPTPP 영향력 커질 듯
한·중·일 FTA 맺어 경협 늘리고
다자체제로 안보 리스크 줄여야
국회미래연구원의 유재광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은 G2라고 불릴 만큼 국제정치와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한국은 그 틈새에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를 잘해야 한다”면서 “동북아에서의 다자간 안보 또는 경제협력체 구축 등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일본의 군사 강국화=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그간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전력(戰力) 보유 금지와 국가 교전권의 불인정을 명시한 평화헌법 조항 9조를 고쳐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개헌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은 다소 조심스럽다. 지난 11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개헌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평화헌법 조항 개정에 대해선 찬성(45%)과 반대(47%)가 엇비슷했다. 하지만 안보 환경의 변화로 일본 사회가 점점 우경화될 경우엔 개헌론이 힘을 받을 것이다.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중·일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이른 시일 안에 체결해 경제적 상호 의존도를 강화하고 군사적 대립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기구(제도)의 영향력 약화=전문가들 사이에선 향후 국제기구(제도)의 영향력에 대해선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국제기구가 제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선 열강들의 강력한 지지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당장 세계 최강인 미국의 경우가 그렇지 않다. 이는 기존의 국제적 거버넌스가 제대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정권의 권위주의 강화=중국 공산당 체제를 위협하는 불안 요소들은 있지만, 경제성장으로 인해 현재의 통치체제가 쉽게 붕괴 또는 약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식 발전 모델이 공산당 지배를 지탱해 줄 것이란 얘기다. 소수민족 문제와 빈부 격차, 환경오염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도 더욱 강력해진 권위주의적, 중앙집권적 통치로 해결을 모색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역내 경제적 협력 약화 우려=다행히 전문가들은 동북아 국가들의 경제적 상호 의존도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현재 미국을 제외하곤 모두 자유무역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를 선언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대신 이미 발효된 일본 중심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이 같은 연구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위한 경제 다변화와 경제 공동체 설립 ▶다자안보 체제 구축 ▶한·미 협력 강화를 통한 동맹 유지 ▶장기적 자주국방 체제 확립 ▶남북한 협력 강화 등이다. 국제 체제의 급격한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다시 말해 현 체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역내에서의 입지 확장을 위한 외교적·경제적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