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바로 한선교(60) 사무총장을 두고서다. 4선의 한 총장은 원조 친박이었으나 박근혜 정부에선 정작 힘을 못 쓴 ‘멀박’(멀어진 친박)이었다. 2년 전 원내대표 경선엔 중립 후보로 호기롭게 나섰지만, 비박 김성태(55표), 친박 홍문종(35표)에 뒤진 꼴등(17표)에 그쳤다. 그렇게 정치인 한선교는 무대 뒤로 잊히는 듯 보였다.
한국당 실세로 부활한 한선교
황 대표 장관·총리 때 반듯해 반해
공천 칼자루? 이길 사람 뽑아야
한 총장은 원래 국회에서 손꼽히는 두주불사(斗酒不辭)였으나 요즘은 술도 끊었다. 금욕적(?) 생활을 하는 한 총장을 11일 인터뷰했다.
- 황 대표와 성균관대 2년 선후배 사이다. 선배 덕에 사무총장이 된 건가.
- “전혀. 학창시절엔 일면식도 없었다. 15년 전쯤 초선 시절 ‘검사 황교안’을 행사에서 한번 본 게 전부다. 그때도 ‘이런 검사가 있구나, 아주 해맑다’는 느낌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황 대표가 법무부장관·국무총리 할 때 완전히 반했다. 일종의 짝사랑이랄까. 그 짝사랑하는 이가 나에게 손수 ‘사무총장 맡아달라’고 하는데 두말할 게 있겠나.”
- 한 총장은 ‘친박 학살’이라 불리던 2008년 공천에서 떨어져 사무총장을 무척 하고 싶어했다고 알려져 있다.
- "나는 원조 친박이었다. 박근혜 대표의 초대 대변인이라는 것을 지금도 가장 자랑스러운 당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원박’임에도 강성 친박을 거부했다. 그럼 비박? 그것도 아니다. 난 복당파가 돌아올 때 공개적으로 반대 성명을 냈다. 그게 나다. 성향상 어디 계파에 들어가고, 조직 논리에 무조건 따르질 못한다. 황 대표한테 왜 나를 사무총장으로 점찍었느냐고 물었더니 이러더라. ‘중립이시잖아요.’”
- 내년 총선 공천의 방향은.
- "한국당 내년 총선 지상 목표는 과반 확보다. 그러려면 누구의 사람을 꽂는다든지, 어떤 그룹은 배제한다든지 하면 안 된다. 그건 황 대표에게도 누차 건의했다.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야 한다는, 단순하고 명료한 사실에 집중할 것이다.”
- 박지만씨와 ‘절친’으로 알려져 있는데.
- "지만이하고는 본 지 좀 됐다. 동창은 아니고, 동갑내기 사회 친구다. 누구는 지만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에게 미움받았다는 소리도 하던데, 그랬다면 내가 4선을 할 수 있겠나. 지만이랑 같이 본 또 한명이 이제는 고인이 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다. 그 친구의 죽음이 조금이라도 헛되지 않도록 수사과정에서 피의자 인권침해를 막는 법안을 발의하려고 한다.”
- 아나운서 시절 폭탄주 60잔을 30분 만에 마신 ‘주당’으로 유명한데, 어떻게 술을 끊었나.
- "2년전 평소처럼 집에서 식사하며 반주 삼아 폭탄주를 마시고 있었죠. 근데 큰딸이 지나가는 말처럼 ‘아빠한테 맨날 똑같은 냄새 나는 거 알아?’ 하더라. 기분이 나쁜 것도 아니고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끊었다. 작년에 삼수한 막내딸이 대학을 합격해 가족끼리 기념 파티를 열었다. 그때도 샴페인으로 건배만 하고 술잔 내려놓았는데, 정말 힘들더라.”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