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것이 ‘기지개’다. “꽃망울이 기지개를 펴는 봄날이다” “벚꽃들이 기지개를 펴고 봄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기지개를 펴고 활기차게 움직여 보자” 등처럼 사용된다. ‘기지개’는 피곤할 때 몸을 쭉 펴고 팔다리를 뻗는 일을 가리키는 낱말이다. ‘기지개’ 자체에 ‘펴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의미가 중복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펴다’가 아니라 ‘켜다’와 결합시켜 ‘기지개를 켠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예문도 ‘지지개를 켜는’ ‘기지개를 켜고’로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앙금’도 이런 단어 가운데 하나다. ‘앙금’은 녹말 등의 부드러운 가루가 물에 가라앉아 생긴 층을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구성원 간 앙금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미 다 가라앉아 생긴 것이 ‘앙금’이어서 더는 가라앉을 수가 없다. ‘앙금이 가시지 않고 있다’와 같이 ‘가시다’는 표현을 활용해야 한다.
‘하락세’도 마찬가지다 “하락세로 치닫고 있다”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러나 ‘하락세’는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치닫다’는 위쪽으로 달려 올라가는 것을 뜻하므로 서로 충돌이 일어난다. “하락세로 내리닫고 있다”나 “하락세로 내닫고 있다”고 해야 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