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의당도 가세한 검증 책임론, 조국 수석이 답할 때다

중앙일보

입력 2019.04.1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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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억원의 주식 투자 시비에 휩싸인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자진사퇴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은 물론 정의당까지 가세했다. 전방위적이라 할 수 있다.  
 
정의당은 4·3 보궐선거에서 민주당과 선거 연대를 맺을 만큼 우호적 관계다. 하지만 공식 논평을 내 “국민 상식에 맞는 도덕성도 매우 중요하다”며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진만큼 국민이 납득할만한 조속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사위의 한국당·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도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지방대 출신, 40대 여성이라는 것 이외에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잇단 인사 실패, 국민 불신 임계점 다다라
대통령 방패 역할 하는 게 참모의 소임

논란이 거세지자 금융당국도 이 후보자의 주식 매매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 보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에 대한 공식 조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온 나라가 들끓고 있는 건 잇따른 인사 검증 실패로 인한 국민들의 불신과 피로도가 임계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작 청와대, 특히 인사 검증의 1차적 책임이 있는 조국 민정수석등 인사 라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이 후보자와 남편 명의로 5500여회의 주식 거래를 했고, 특정 기업과 관련된 주식을 집중 매입한게 드러났는데도,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문제 삼을 수 있느냐는 투다.  
 
공감 능력 부족인지, 아니면 자신이 옳다는 자만과 확증 편향 때문인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조 수석의 이런 처신은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정권, 나아가 여당에도 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간의 인사 참사가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 요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초인 2017년 6월 84%로 매우 높았지만 조각(組閣)때 안경환(법무)·조대엽(고용노동) 장관 후보자등의 무더기 낙마와 부적격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으로 두 달만에 74%로 내려 앉았다. 이후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인준 부결(2017년 9월)로 65%로 떨어졌고,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빚어진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중도 사퇴(2018년 4월)도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사퇴와 맞물려 문 대통령의 지지율(43%, 3월 29일)이 취임후 최저치(41%, 4월 5일)를 기록했다. 오죽하면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어제 “조 수석은 청와대의 완벽한 트로이 목마”라고 조롱하는 글을 올렸겠나. 민주당 내에서도 “인사 검증하는게 그렇게 어렵냐” “조국 수석이 문제를 미리 다 알았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던 2005년 당시 이기준 교육 부총리가 임명 닷새만에 중도 사퇴하자 당시 민정(박정규)·인사(정찬용) 수석은 검증 실패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대통령에게 직접 비난의 화살이 날아가는 걸 막기 위해서다. 스스로 방패 역할을 자임하는 것, 대통령 참모의 역할이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