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청구가 가능한 사건은 2012년 8월 23일 이후 판결로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3항은 위헌 결정이 난 사건이 이전에 합헌으로 결정을 받은 적이 있다면 그 결정 다음 날로 소급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2년 8월 23일 낙태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이 결정일 이후 낙태로 유죄를 확정받은 판결에 대해서만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낙태죄로 1심 재판에 넘겨진 건수는 모두 96건이다. 대부분 선고유예ㆍ벌금형을 받았다. 임신 5주 된 태아를 낙태해 2016년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선고유예를 받은 이모(42)씨의 경우도 재심 청구를 통해 무죄 여부를 판단받을 수 있다. 선고유예는 법원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그 기간을 큰 문제 없이 지내면 형의 선고를 면하는 제도다.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선고유예도 유죄를 전제로 한 선고기 때문에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임신 5주 된 태아의 낙태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돼 2015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이모(44ㆍ남)씨도 재심 청구를 통해 무죄 판결을 받는다면 국가로부터 벌금을 되돌려받을 수 있다.
실형이 선고됐다면 옥살이를 한 기간에 대해 형사보상금 청구를 해볼 수 있다. 2012년 부산고등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조산사 A씨는 이미 형집행기간이 끝났지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형사보상법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구금된 뒤에 재심 등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으면 구금 일수에 따라 일정 금액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정한다. 이 경우 무죄 재판 확정 판결일로부터 5년 이내, 확정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무죄 판결을 받은 법원에 보상금을 신청해야 한다.
현재 낙태죄로 수사가 진행 중이라면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미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라면 공소 취소에 따라 공소가 기각되거나 무죄 판결로 사건이 종결된다.
다만 국회가 낙태죄 관련 법 조항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재심 청구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 헌재는 국회에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고 주문에서 밝혔다. 따라서 국회가 낙태죄가 허용 가능한 임신의 기간을 몇주로 결정하느냐에 따라 재심 청구 대상자가 달라질 수 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