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당일 오후 확대 정상회담 겸 오찬에 배석하는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이도훈 외교부 평화교섭본부장 등 실무 전략가들은 물 밑에서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도훈 본부장은 문 대통령에 앞서 10일 오전 일찌감치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관건은 대북제재와 관련한 입장 차를 어떻게 좁히느냐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대북제재를 놓고 한ㆍ미 간에 뚜렷하게 의견 다르다”며 "한국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반면,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제재가 계속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대북 강경론자인 볼턴은 물론 폼페이오 장관까지 제재와 관련해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김 차장이 투입되면서 상황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독종' '협상의 달인'이란 별명이 붙어 있는 김 차장은 평소 “협상가는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여야 한다” “유리한 협상을 위해선 큰 판을 움직여야 한다”는 발언을 해왔다. 이런 스타일 때문에 노무현 정부 때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일하면서 전통 외교라인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만큼 성과 지향적이다. 외교가에선 “‘협상 독종’ 김현종으로도 미국을 설득하지 못하면 답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김 차장과 이도훈 본부장의 케미스트리도 관전 포인트다. 이 본부장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로 북핵 협상의 실무협상을 총괄해 왔다. 이 본부장의 직속 상관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지만, 청와대와 의견 조율을 해야 하는 북핵 업무 특성상 안보실과도 소통을 해왔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김 차장이 2007년 통상교섭본부장을 마치고 유엔 본부대사로 근무할 때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두 사람이 일 하는 스타일이나 성격도 비슷하다”며 "이 본부장 입장에서 정의용 실장보다는 김 차장이 정서적으로 가까울 것"이라고 전했다.
북·미 대화 동력을 살리기 위해 제재와 관련해 한국이 로키 모드를 취할 것이란 반론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번 회담의 최대 목표는 대화의 동력 유지"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관심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면 미국이 싫어하는 제재를 섣불리 꺼내기보다 한·미 간의 비핵화 협상 원칙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