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위협하는 ‘제조 중국’ ④ 바이오
지난 2월 19일, 중국 톈진시 우칭 개발구 일대엔 새벽부터 눈발이 날렸다. 한겨울 날씨에도 제노보 바이오 배양실 내부는 후끈했다. 잠깐 서 있으니 이마에 땀이 날 정도였다. 밀을 비롯해 콩과 쌀, 토마토 등 다양한 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회사 내부에선 하얀 가운을 입은 작업자들이 유전자 교정을 마친 작물을 키워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1위 제약사 매출 한국 전체의 2배
신약으로 세계 바이오 시장 노려
14억명 먹이기에 농지 부족하자
곰팡이에 강한 밀 등 유전자 교정
병원선 폐암 진단 AI의사 보편화
“하루 1만 건 이상 환자 진단 가능”
중국 바이오산업의 성장이 매섭다. 중국 제약사 1위 시노팜의 2015년 매출은 400억 달러(45조5600억원)를 넘어섰고, 세계 500대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됐다. 이는 20조원 수준인 국내 의약품 시장의 2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국내 제약 업계 1위 유한양행의 지난해 매출은 1조5188억원이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인공지능 진단 기술과 유전자 분석 산업에선 중국이 한국을 앞선 지 오래”라며 “국내에선 의료 데이터 활용 등 규제에 막혀 인공지능 진단 기술 등은 제자리걸음”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육성에 나선 바이오산업은 통신·로봇 등 각종 제조업 중에서도 ‘가장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그 이면에는 1990년 초반부터 속도가 빨라진 산업화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인구 고령화 문제가 놓여 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이마 위 주름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조금 더 들어가 보면 ‘14억 인구 대국’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 문제를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1인당 경작지는 1000㎡에 불과해 세계 평균(2250㎡)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2004년 식량 수입국으로 전환해 매년 농산물 수입량을 늘리고 있다. 중국 농업부에 따르면 2017년 농산물 무역적자는 490억 달러(55조원)다.
그만큼 의료비 증가 폭도 가파르다. 중국보고망(中國報告網)에 따르면 2015년 282조원이었던 중국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7년 339조원으로 300조원을 돌파했다. 의약품을 포함한 의료비 시장은 7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월 중국 톈진에서 만난 바이오 유통 기업 젠스톰의 에드워드 권 대표는 “인구 증가와 고령화로 작물과 의약품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게 중국의 현재”라며 “식품과 의약품 가격을 잡는 데 중국 정부가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고 말했다.
로컬 기업이 자국 제약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도 중국 정부가 바이오산업에 목을 매는 이유로 꼽힌다. 중국투자상담망(中國投資咨詢網)에 따르면 2014년 중국 내 매출 상위 제약사 10곳 중 6곳은 로슈·사노피 등 다국적 제약사가 차지했다. 박진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 제약 시장은 소득 증대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세계 2위 시장으로 성장했다”며 “최근 5년간 중국 의약품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4.2%로 세계 시장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베이징·선전·충칭·항저우·톈진=장정훈·박태희·강기헌·문희철·김영민 기자 cc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