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의 현대모비스 vs 패기의 전자랜드

중앙일보

입력 2019.04.11 00:03

수정 2019.04.11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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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전을 유재학(왼쪽) 감독은 4차전, 유도훈 감독은 6차전까지 갈 거로 예상했다. [뉴시스]

“챔피언 결정전이 처음인데 느낌이 어때? 내가 열 번쯤 와 봤는데, 고민하면 안 되더라. 편하게 해.”(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
 
“선수·코치 때는 많이 와 봤는데 감독으로는 처음이네요. 전자랜드 경기력 어떤가요? 내일 전화 주세요.”(유도훈 인천 전자랜드 감독)

프로농구 모레부터 챔피언결정전
현대모비스 7번째 우승 도전
‘무관’ 전자랜드 이번엔 한 풀까

1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KBL 센터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유재학(56) 현대모비스 감독과 유도훈(52) 전자랜드 감독이 나눈 대화다.  
 
두 팀은 13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릴  2018~19 챔프전(7전4승제) 1차전에서 격돌한다. 둘은 연세대 선후배다. 대화처럼 이번 대결은 관록(현대모비스)과 패기(전자랜드)의 대결이다.

10일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열린 2018-2019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현대 모비스 양동근(오른쪽)이 각오를 밝히고 있다. [뉴스1]

 
우선 팀 색깔이 극과 극이다. 현대모비스는 챔프전에 역대 최다인 10차례 진출해 6번 우승했다. 정규리그 1위로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전주 KCC를 3승1패로 꺾었다. 전자랜드는 22년 만의 첫 챔프전이다. 인천을 연고지로 둔 대우, 신세기, SK를 포함해서다. 정규리그에서 2위를 한 뒤, 4강 PO에서 창원 LG에 3연승 했다.
 
현대모비스는 4강 PO에서 문태종(44)-아이라 클라크(44)-오용준(39)-양동근(38)-함지훈(35) 라인업을 가동했다. 이들 나이를 합하면 200살, 평균이 마흔이다. 35세 함지훈이 막내다. 문태종과 클라크는 조동현(43) 코치보다 한 살 많다. 팬들은 ‘할아버지’와 영화 ‘어벤저스’를 합해 ‘할벤저스’라는 애칭을 붙였다. 여기에 ‘대시(dash, 이대성+스티브 내시)’ 이대성(29)이 가세한다.

1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 전자랜드 박찬희가 각오를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자랜드는 ‘젊은 토종 빅3’가 자랑이다. 포워드 정효근(26·2m2㎝)과 강상재(25·2m)가 골 밑을 공략한다. 여기에 지난달 상무에서 제대한 센터 이대헌(27·1m97㎝)이 ‘신스틸러’급 활약을 펼친다. 군에서 근육을 벌크업한 이대헌은 4강 PO에서 LG 제임스 메이스를 봉쇄했고, 특히 2차전에선 19점을 몰아쳤다.


챔프전을 앞두고 두 팀은 입씨름에서도 팽팽히 맞섰다. 현대모비스 양동근이 “전자랜드는 함지훈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선제공격에 나서자, 전자랜드 박찬희가 “현대모비스는 나이가 많은 게 약점이다. 우리는 물량이 많다. 빅 포워드가 돌아가면서 함지훈 형을 힘들게 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양동근은 또 다음 시즌 상무 입대를 앞둔 전자랜드 정효근을 향해 “부진할 때마다 삭발투혼을 했는데, 입대를 앞두고 시원하게 머리를 미는 게 어떠냐”고 도발했다. 이에 정효근은 “나이가 있는데 다이빙 투혼이 힘들지 않냐”가 역공에 나섰고, 양동근은 “난 27분이든, 30분이든 잘 뛴다. 10명(양 팀 주전을 합친 숫자) 중 세 손가락에 들 수 있다”고 응수했다.
 

10일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모비스 양동근과 전자랜드 박찬희가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 [뉴스1]

정효근이 “(현대모비스) 이대성 형이 덩크 욕심이 있던데, (덩크를 시도하면) 시원하게 밖으로 쳐내겠다”고 공격하자, 이대성은 “다들 ‘어우모, 어우모’ 하는데, 실제로 ‘어우모’ 하겠다”고 일갈했다. ‘어우모’는 ‘어차피 우승은 모비스’의 줄임말이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선 현대모비스가 5승1패로 앞섰다. 김승현 해설위원은 “함지훈이 원래 전자랜드에 강했다. 그런데 이대헌이 갑자기 나타났다. 양 팀은 전 포지션에서 대등하다. 경기 당일 컨디션과 정신력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