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남방천문대(ESO)는 10일 오후 10시(한국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전 세계 13개 기관이 협력한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 프로젝트’의 첫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EHT 연구진은 전 세계 협력에 기반한 8개의 전파망원경으로 지구 크기의 전파간섭계를 구성해 2017년 4월 총 9일간 M87을 관측, 이같은 성과를 냈다.
국제 천문학계는 이번 EHT 연구진의 성과에 대해 잇따라 고무적인 평가를 했다. 쉐퍼드 도엘레만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센터 박사는 “인류 최초로 블랙홀의 모습을 보게 됐다”며 “이 결과는 천문학 역사상 매우 중요한 발견이며, 2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의 협력으로 이뤄진 이례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책임연구원 역시 “이번 결과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궁극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라며 “그간 가정했던 블랙홀을 실제 관측해 연구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55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M87’
전 세계 8곳 연결 ‘지구 크기 망원경’ 관측
블랙홀 그림자, 슈퍼컴퓨터로 재구성
아인슈타인 일반상대성이론 실제증명
한국도 동아시아관측소 소속으로 기여
연구진은 이 같은 EHT로 블랙홀의 그림자를 먼저 관찰하고,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원본 데이터를 최종 영상으로 변환했다. 천문연 관계자는 “블랙홀의 강한 중력은 주변을 지나는 빛을 왜곡시키고, 빛은 블랙홀 주위를 휘감게 된다”며 “일차적으로 빛으로 인해 발생한 ‘블랙홀의 그림자’를 봤다”고 설명했다. 이후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 등에 위치한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EHT의 원본 데이터를 역추적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M87 블랙홀의 경계는 약 400억㎞이며, 블랙홀의 그림자의 크기는 이보다 2.5배 큰 것으로 측정했다.
도엘레만 박사는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일을 이뤄냈다”며 “세계 최고 성능의 전파망원경을 서로 연결해 블랙홀 연구에 새로운 장을 함께 열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