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제주도내 목장과 오름(작은화산체) 등지에는 아침부터 사람들이 몰려든다. 한참 맛이 든 고사리를 채취하기 위해 젊은이부터 나이 지긋한 노인까지 들판이나 산간을 찾는다. 고사리는 맛도 있지만 꺾는 작업 자체가 묘한 성취감을 준다. 고사리를 꺾어본 사람들마다 “수확철 고사리를 ‘툭’ 하고 꺾는 소리에 색다른 즐거움이 숨어 있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4·5월 고사리 장맛비 내릴때가 부드러워
‘툭’ 꺾는 재미에 맛·영양까지 좋아 인기
이에 소방안전본부는 지난달 18일 ‘길 잃음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했다. 마을 지리에 밝은 의용소방대원 등을 안전길라잡이로 지정해 운영하는 제도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길 잃음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고사리 채취 시 반드시 길을 잘 아는 일행과 동행해야 한다”며 “부득이 홀로 산행을 할 때는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는 휴대전화와 호각 등을 꼭 휴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사리 꺾기의 손맛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고사리 축제도 열린다. 오는 27일부터 28일까지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서쪽 들판에서 열리는 ‘제24회 한라산 청정 고사리축제’다. 고사리에 익숙한 마을 주민에게 고사리 꺾기 노하우를 배울 수도 있고, 직접 딴 고사리는 집으로 가져가 요리해 먹을 수 있다. 행사장에서는 고사리 건조 시연과 음식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고사리는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불릴 정도로 영양이 풍부하다. 특히 단백질·칼슘·철분·무기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과거 ‘궐채(蕨菜)’라는 이름으로 임금께 진상됐다. 수확 후 말렸다가 1년 내내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제주산 건조 고사리는 소매가로 100g당 1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된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