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한 문 대통령도 고민은 있을 것이다. 지난 3·8개각에서 지명한 7명 가운데 이미 2명을 낙마시켰는데, 2명을 또 하차시키면 총 4명의 공백이 생긴다. 지명한 후보자의 절반 이상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당 대표에게 ‘좀비’라고 하거나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을 “어차피 겪었어야 할 통과의례”라고 말해 자질과 국가관에 흠결을 드러낸 김 후보자,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및 미국 변호사인 남편의 소송 수주 의혹이 조금도 해소되지 않은 박 후보자 문제가 이미 낙마한 두 사람보다 가볍다고 할 수는 없다.
대통령, 캠프 출신 김연철·당 박영선 임명 강행
4월국회 파행 조짐 … 국정에너지 낭비 책임은 누가
7명 중 누구를 낙마시켜야 하느냐는고민스러운 상황에 빠지지 않으려면 애초 개각 시 정교한 추천 과정과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인사시스템 어딘가에 구멍이 뚫리지 않고선 이렇게 민심과 괴리가 큰 인사를 할 수는 없다. 인사시스템과 관련,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얼마 전 국회 운영위원회에 나와 “인사 검증과정에서의 오류라기보다는 (검증의)한계적 측면이 크다”고 주장했다. 검증을 잘못한 게 아니라 검증을 할 수 없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그런 민정-인사 라인은 왜 있어야 하나. 부동산 다주택 보유 등을 포함해 이번에 문제가 된 내용들은 조금만 기초조사를 제대로 했어도 알 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만약 그런 정도도 사전에 체크 못 했다면 그건 무능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반대로 사전에 알았는데도 이런 후보자들을 끌고 왔다면, ‘어차피 대통령이 시킬 사람’이니 민정-인사 라인이 뒷짐 지고 넘어간 것이라고 밖에는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번 인사참사는 정무적 판단능력의 심각한 결여 내지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참모들의 부재가 빚어낸 것이다. 그로 인한 3·8개각 이후의 많은 논란과 국정 에너지의 낭비에도 불구, 청와대에선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사람 한명 없이 넘어가려는 분위기다.
이 와중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한 장관급만 현 정부 1년 10개월 만에 13명으로 늘어났다. 박근혜 정부 4년 9개월간 강행한 11명보다 많다. 앞으로도 장관 몇 명 살리느라 이렇게 청문회라는 제도를 완전히 무력화시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