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주변은 인적이 끊긴 듯했다. 주차장엔 과자봉지와 담배꽁초가 널려 있었고, 극장을 둘러싼 작은 숲에는 잡풀이 무성했다. 극장에 걸린 ‘웃음건강센터’ 간판이 무색했다. 전씨가 지난해 청도군과 코미디 관련 행사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떠나면서 지금 극장엔 전기마저 끊겼다. 웃음 콘텐트에 산골 속의 뜬금없는 이색 건물이 더해져 관광객을 끌어오던 지방의 성공 드라마는 한편의 웃지 못할 코미디로 바뀌었다.
지방이 무너진다 ④
‘양날의 칼’ 지자체 셀럽 마케팅
이윤택 추문에 김해·밀양 타격
수원시는 고은문학관 계획 철회
지역 이미지 도움 되지만 위험도
전문가 “세밀한 검증 과정 필요”
개관은 2007년 전원생활을 하려고 청도에 와있던 전씨가 마을 주민들과 더불어 이끌었다. ‘전유성’이라는 이름의 유명세와 개그맨 지망생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공연, 절로 웃음이 나오는 극장 모습…. 이곳을 찾으면 “배꼽이 빠진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개관 후 7년간(2012~2018년 4월) 20여만명이 극장을 찾았다. 공연 횟수만 4400여 회나 됐다. 인구 4만여명의 청도에 새로운 홍보탑이 생겨난 셈이다.
철가방극장은 지역을 살리려는 또 다른 아이디어다. 유명인사(셀럽)의 명성과 유·무형 자산으로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에 돈을 떨어뜨리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자연환경과 특산물 등을 활용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지역 축제와 한 맥락이다.
셀럽 마케팅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사업이기도 하다. 이렇다 할 홍보 자원이 없는 지자체에 셀럽의 높은 인지도는 절실하다. 셀럽은 지자체의 작업 공간과 재정 지원으로 지역 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고 자신의 브랜드를 넓힐 수 있다. 지자체의 셀럽 마케팅이 전국으로 퍼진 이유다. 그러나 셀럽 마케팅은 양날의 칼이다. 셀럽이 떠나거나 추문에 휩싸이면 대박을 내다가 쪽박을 차기 십상이다.
김해시가 성 추문 사건 후 극단과의 위탁계약을 해지하면서다. 시는 그동안 극단 측에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해왔다. 상하수도료 등 공공요금 지원에서 강변 축제 보조금까지. 하지만 도요창작스튜디오가 사실상 문을 닫으면서 현재 터 소유주인 경남교육청과 향후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다. 셀럽의 부침에 도요마을은 웃고 울었다.
밀양시도 이씨와 연을 끊었다. 성 추문 사건 후 극단과 밀양연극촌 무료 임대계약을 해지했다. 2000년 시작한 밀양여름공연축제도 없앴다. 사시사철 북적대던 연극촌은 한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주변 식당이나 수퍼·커피숍의 매출이 급감했다. 하지만 밀양연극촌은 지금 예전의 활기를 조금씩 되찾고 있다. 시 측이 연극촌 활성화를 위해 밀양문화재단을 통해 ‘청년 K-STAR 밀양연극아카데미’를 발족하면서다.
셀럽 몰락으로 타격을 받은 곳은 김해나 밀양만이 아니다. 성추행 의혹을 받는 시인 고은(86)씨에 거처(문화향수의 집)를 제공한 데 이어 문학관을 세우려던 수원시도 곤욕을 치렀다. 문화계의 미투(Me Too) 바람은 지방에도 뼈저린 교훈을 남겼다. 셀럽 활용 마케팅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현장을 목도하면서다.
조지선 연세대 인간행동 연구소 전문연구원(심리학)은 “셀럽 마케팅은 지역 이미지를 높일 수도 있지만, 셀럽이 불미스러운 사건과 연루되면 대중으로부터 외면받는 위험성도 공존한다”며 “지자체는 세밀한 셀럽 검증 과정을 거치고, 과욕으로 셀럽과 갈등을 빚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조력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청도·김해·밀양=위성욱·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