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르노삼성차 협력업체 33곳을 대상으로 긴급 모니터링을 벌인 결과 부산 협력업체들은 납품 물량이 15∼40%가량 감소해 고용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르노삼성수탁기업협의회 나기원 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노조가 부분 파업을 하면서 공장 가동률이 이미 60%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오는 9월 이후 닛산 로그 위탁생산이 중단되면 공장 가동률은 40% 수준밖에 안 된다. 줄도산이 불 보듯 뻔하다”고 토로했다.
노사 지난 3월 두차례 집중협상 벌였지만 결렬
노사 파업 장기화에 오는 9월 닛산 로그 생산 중단
신차 XM3 수출물량 스페인에 뺏길 위기
르노삼성 협력업체 생산물량 40% 감소
일부 르노삼성 협력업체는 다른 업종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르노삼성 협력업체가 현대·기아차와 GM 물량을 따올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결국 업종 전환을 해야 한다”면서도 “업종 전환을 하려 해도 공장 인프라를 바꿀 자금이 없다. 빚이라도 내야 하는데 부산 경제가 좋지 않아 투자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부산상의에 따르면 르노삼성차의 연간 매출은 6조7000억여 원으로 부산 기업 중 1위이고 지역 수출도 20% 이상 차지하고 있다. 협력업체의 매출액만 5000억원에 달하는 등 부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상황이 이런데도 르노삼성 노사 갈등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노사는 지난 3월 초와 말 두 차례 집중 교섭을 벌였지만 모두 결렬됐다. 오는 10일부터 다시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지만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워낙 커 협상 타결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인사경영권의 ‘협의’사항을 ‘합의’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인력 200명을 충원하고, 시간당 생산 대수(UPH)를 60에서 55로 낮춰달라는 입장이다. 사용자 측은 해당 조건들을 수용하면 부산공장의 최대 장점 중 하나인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 가운데 작업 전환 배치 시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아들인 전례가 없다”며 “회사 경영권 침해가 우려되고, 생산성 저하가 예상되는 노조 요구 사항은 현재로써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