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좋은 계절이다. 고즈넉한 옛길을 걷다보면 절로 봄기운이 올라온다. 한국관광공사가 4월 추천 걷기 여행길로 5곳을 선정했다.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의 손을 잡고 오고 갔던 대관령 옛길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고개가 있는 문경새재길 등 오래된 이야기가 담긴 옛길 5곳이다. 이달의 추천길로 선정된 길은 ‘두루누비(durunubi.kr)’에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문경새재길 제2관문 조곡관. [사진 한국관광공사]
명실공히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한국관광공사가 2013년 선정한 ‘한국관광 100선’ 1위가 바로 문경새재였다. 문경새재는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역사와 유구한 이야기가 흐르는 길이다. 500년 가까이 한강~낙동강 유역, 한양~영남을 잇는 길목이었다. 과거 길에 오르는 영남의 선비들도 청운의 꿈을 안고 새재를 건넜다.
문경새재길 제1관문 주흘관. [사진 한국관광공사]
1코스 문경새재길은 약 8.9㎞ 거리이다. 대형버스도 지나갈 수 있을 만큼 길이 평탄하고 널찍하다. 옛길의 정취, 숲길의 운치는 덜할지 몰라도, 온 가족과 부담 없이 걷기에는 제격이다. 주흘관·조곡관 등의 관문이 사진이 잘 나오는 자리다.
▶ 코스경로 : 옛길박물관 ~ 제1관문~ 제2관문 ~ 제3관문(문경새재 도립공원) ~ 조령산자연휴양림 ~ 고사리마을
▶ 거리 : 8.9㎞
▶ 소요시간 : 3시간 30분
▶ 난이도 : 보통
해발 525m에 세워진 백두대간 하늘재 정상석. [사진 한국관광공사]
충주와 영남의 관문인 문경을 잇는 옛길. 문경새재 위쪽의 고개다.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로도 유명하다. 서기 1566년, 그러니까 신라 시대 때 닦은 길이다. 영남과 서울을 잇는 죽령보다 2년이 빠르고 조령(문경새재)보다 1000년이 빠르다.
미륵대원사 창건 시 마방 시설과 여행자 숙소 등을 갖춘 역원이 있던 미륵리 원터. [사진 한국관광공사]
1800년이 넘는 역사를 품은 그 길이 잘 보존되어 지금은 우리에게 숲길을 따라 걷는 힐링 산책로가 됐다. 길은 미륵대원지에서 출발해 하늘재 정상석까지 왕복 4.1㎞의 순환형 코스로 백두대간 고갯길 중 가장 나지막하고 난이도가 쉬운 길이다.
▶ 코스경로 : 충주 미륵대원지 ~ 미륵리 원터 ~ 미륵대원지 삼층석탑과 미완성 불두 ~ 연아닮은 소나무 ~ 하늘재 정상석
▶ 거리 : 4.1㎞m
▶ 소요시간 : 2시간
▶ 난이도 : 쉬움
강원도 대관령을 따라 이어진 길.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의 손을 잡고 넘던 길이며,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의 영감을 받고, 또 김홍도가 풍경에 취해 산수화를 그리던 유서 깊은 옛길이다. 다소 경사가 있지만, 능선에 오르면 양떼목장과 횡계리 일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대관령옛길 중간 지점에서 볼 수 있는 표지석. [중앙포토]
코스 중간에 단오제의 주신을 모신 국사성황당이나 옛 주막을 복원한 초가집 등 흥미로운 볼거리도 만날 수 있다. 국사성황당에서는 매년 음력 5월 5일 강릉단오제의 시작을 알리는 국사성황제가 열린다. 국사성황사부터 성산면 어흘리까지 7㎞ 길은 국가 명승으로 지정돼 있다.
▶ 코스경로 : 대관령 하행휴게소 ~ 풍해조림지 ~ 국사성황당 ~ 반정 ~ 옛주막터 ~ 우주선화장실 ~ 어흘리 ~ 바우길 게스트하우스
▶ 거리 : 14.3㎞
▶ 소요시간 : 6시간
▶ 난이도 : 어려움
신라 이사금 5년에 죽죽에 의해 개척돼 영남·영서·경기 지역을 이어주던 유래 깊은 길이댜. [사진 한국관광공사]
죽령옛길은 죽령마루에서 소백산역까지 약 2㎞ 거리의 짧은 숲길이다. 신라 시대로부터 1800년 넘게 이어온 고갯길로 명승 30호로 지정돼 있다. 고려 시대에는 보부상의 장삿길로, 조선 시대에는 선비의 유학길로, 최근까지도 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를 잇는 교통로로 이용됐다.
죽령옛길에서 볼 수 있는 소백산 절경. [사진 한국관광공사]
죽령옛길은 소백산자락길 최고의 인기 코스이기도 하다. 개울을 따라 나무가 우거져 있어 사계절 풍경이 아름답다. 코스 중간 길가에서 일제시대까지 사용된 주막터를 볼 수 있다. 죽령옛길은 짧지만 용부원길(죽령마루~죽령터널, 3.9㎞), 장림말길(죽령터널~장림리, 4.7㎞)을 곁들여 걸을 수 있다.
▶ 코스경로 : 죽령옛길 ~ 용부원길 ~ 장림말길
▶ 거리 : 11.4㎞
▶ 소요시간 : 3시간 30분
▶ 난이도 : 보통
백학마을에서 바라본 장성새재 방향. 왼쪽이 삼성산, 오른쪽이 입암산 [사진 한국관광공사]
장성새재는 전남 장성에서 전북 정읍으로 가고자 할 때 넘어야 하는 대표적인 옛고개다. 장성군 북하면 신성리와 정읍시 신정동을 이어주는 장성새재는 험준한 백암산(741m)과 입암산(626m) 사이에 절묘하게 숨어 있다. 대동여지도는 달도 숨어 안 보일 정도로 깊은 고개란 뜻으로 월은치(月隱峙)라고 적고 있다.
장성새재길 내내 만날 수 있는 울창한 계곡 [사진 한국관광공사]
예전에는 과거를 보러 가던 호남 선비들이 장원의 꿈을 안고 고개를 넘었고, 한때는 군사작전도로로 이용됐다. 지금은 내장산국립공원 안에 포함되어 비교적 원형이 잘 남아 있다. 울창한 계곡을 끼고 있어 풍경이 수려하고, 길이 유순해 가족이 함께 걷기 좋다.
▶ 코스경로 : 남창탐방지원센터~새재화장실~장성새재 갈림길~장성새재 고갯마루~입암공원지킴터
▶ 거리 : 5㎞
▶ 소요시간 : 2시간
▶ 난이도 : 쉬움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