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총리는 서안에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추진해왔지만, 그동안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스라엘이 서안에서 정착촌을 대거 합병할 경우 국제사회가 지지해온 ‘이·팔 2국가 해법'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2국가 해법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의 국경선을 기준으로 각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해 더이상 분쟁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정착촌 합병시 이·팔 2국가 해법 차질 예상
팔레스타인 "불법 정착촌 없어질 것" 반발
트럼프 예루살렘·골란고원 인정 지원사격
또 네타냐후? 중도 집권? 9일 총선 주목
팔레스타인 측은 즉각 반발했다. 나빌 아부 루데이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대변인은 “어떤 조처와 발표도 사실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정착촌은 불법이고 제거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팔레스타인은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가자 지구에 국가를 건설하고 싶어한다. 이들 지역을 점령했던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은 합병했고, 가자 지구에서는 2005년 철수했다. 서안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이지만 이스라엘군이 주둔 중이다. 서안 정착촌에는 이스라엘군의 보호 아래 이스라엘인 40만 명 이상이 살고 있다.
미 국무부는 네타냐후의 발언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뒤 자국 대사관을 이전한 데 이어 지난 3월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했다.
이스라엘에선 총선을 이틀 앞두고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네타냐후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조치가 자신이 설득한 결과라고 내세우고 있다.
이스라엘 채널13 TV가 지난 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드당과 군 참모총장 출신 베니 간츠의 중도정당연합 ‘블루와 화이트'가 각각 28석씩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체 120석 가운데 두 정당이 모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전망이어서 누가 연립정부 주도권을 쥘지가 관건이다.
블루와 화이트가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얻으면 간츠 대표가 먼저 연립정부 구성권을 갖게 될 가능성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쿠드당에서 떨어져 나온 극우 정치인 모셰 페이글린이 이끄는 제후트당의 인기가 급상승한 만큼 페이글린이 킹메이커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극우 민족주의자인 그는 서안 합병과 비(非)유대인 이스라엘 시민의 투표권 박탈, 팔레스타인과의 협정 파기를 주장한다. 대마초 합법화도 공약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