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붙잡은 한국당···산불확산 책임론 진실게임

중앙일보

입력 2019.04.05 11:49

수정 2019.04.0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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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강원도 대형 산불에 청와대 실장급 인사가 국회에 있었던 것을 두고 5일 여야가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안보실장을 못 가게 붙잡았다”고 공격했고 자유한국당은 “안보실장이 이석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국회에 나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야당 질의에 답변하느라 화재(오후 7시 30분) 후 3시간이 지나서야 국회를 나선 것이 공방의 핵심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가 5일 대형산불 발생 당시 청와대 보좌진들이 야당 의원들에 의해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장에 발목 잡혀 있었다는 비판에 대해 해명했다. [연합뉴스]

4일 국회 운영위 상황은 이랬다. 오후 3시 30분 시작된 청와대 업무보고는 오후 7시 45분 정회했다. 당시 강원도 고성, 속초 등지에선 산불은 막 나기 시작하는 상황이었다.
 
오후 9시 20분 운영위가 재개되자 국회 운영위원장인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산불 상황을 물었다. 이에 정의용 실장은 “불이 고성군에서 시작됐다. 바람이 동향으로 불어서 속초 시내로 번졌다”고 답했다. 국회에 출석했던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청와대로 긴급 복귀했다. 하지만 정의용 실장은 국회에 남아 있었다.


민주당은 정 실장도 청와대로 복귀시키자고 했다. 국가안보실 총책임자인 만큼 산불 대응부터 하게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은 “한 번씩 질의할 때까지만 국회에 남아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정 실장은 야당 질의만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왼쪽)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후 10시가 지나자 민주당은 재차 정 실장 이석을 요구했다. 당시 홍 원내대표 회의 발언. “야당에 정 실장 이석에 대해 양해를 구했더니 안 된다고 한다. 대형 산불이 생겨서 민간인 대피까지 있는데 그 대응을 해야 할 책임자를 이석할 수 없다고 하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
 
한국당도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발언. “우리도 정의용 실장을 빨리 보내고 싶다. 안보실장은 부득이 의원들이 한 번씩 질문할 때까지는 계시고, 관련 비서관들은 모두 가도 된다. 순서를 조정해서 야당 의원들이 먼저 질의하게 했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갔을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 사람들을 보기 쉬운가. (올해) 처음 하는 업무보고니 그렇게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
 
이후 정 실장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강효상 의원의 질문에 답했다. 이어 같은 당 송석준 의원은 “시간을 얼마나 드릴까요”라는 홍 원내대표의 말에 “다다익선”이라고 답했다. 이후 송 의원이 발언시간을 초과해 마이크가 꺼졌는데도 정 실장을 향한 질의를 하자 홍 원내대표는 “너무하지 않나. 모니터를 한 번 켜고 뉴스 속보를 좀 보시라”라고 지적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가운데)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잠시 여야 사이의 공방이 있고 난 뒤 이만희 한국당 의원이 “보내주시죠”라고 했고 정 실장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가 오후 10시 38분이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 시간쯤 더 있다가 오후 11시 30분에 자리를 떴다.
 
이후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당이 안보실장을 안 보내줬다”(박광온), “야당 너무한다. 불났는데도 느긋하게 저녁 먹고…질문이 중요? 사람이 중요!” (이석현) 등의 글을 올렸다. 
 
논란이 커지자 나 원내대표는 5일 기자들에게 “회의 중이라 화재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며 “정의용 안보실장이 산불의 심각성을 보고하면서 이석에 대한 양해를 구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도 입장을 밝혔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이날 "정의용 실장이 없어서 대처가 안 된 게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건 아니다. 소방인력을 투입하고 진화 작업을 하는 것은 위에서 지시해서 되는 게 아니라 중앙대책본부를 중심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즉시 대응한다"고 답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