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점은, 이 가운데 30명이 중국 우한(武汉)시 모델 동호회 출신의 '아마추어'라는 사실이다. 중노년층의 슈퍼모델이 글로벌 패션위크의 시작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인들의 사회적 활동이 전보다 활발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번 무대에서 할머니 모델들의 의상은 군복이었다.
중국 국제 패션 위크 오프닝 장식한 시니어 모델 군단
평균 55세, 일부는 우한시 모델 동호회 아마추어 출신
이번 쇼에 참가한 62세 모델 리쉰(李恂)의 말이다. 신장 175cm인 그녀가 25cm 힐과 런웨이 의상을 갖춰입고, 여기에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손길이 닿으면 그야말로 전문 모델이라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아우라를 발산한다. 이번 패션쇼에 오른 중노년 모델 가운데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늦깎이 슈퍼모델 꿈 이뤘어요
리쉰을 비롯한 동호회 회원들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진행된 중국 국제 패션 위크 모델 오디션에 참가했다. 런웨이 밑 면접관들은 그들이 중노년 여성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런웨이 위, 프로같은 에티튜드와 카리스마 있는 워킹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중국 우한완바오(武汉晚报) 보도에 따르면, 리쉰은 5~6년 전 은퇴 후 모델 일을 처음 시작했다. 현재 후베이(湖北)성 노인대학 모델 예술단(老年大学模特艺术团)의 일원이기도 하다. 모델로 몇번 무대에 서다 보니 “런웨이가 열정을 불사를 장소”라는 걸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고.
“인터넷에서 78세 중국 고령 슈퍼모델 한빈(韩彬)이 각종 패션위크 무대에 오르는 걸 봤어요.
그 순간 '나도 저 사람처럼 프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리쉰-
매일 3시간씩 연습, 피 땀 눈물로 이룬 무대
이번 오프닝 쇼가 화제가 된 것은 모델이 '할머니'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할머니' 모델이 '프로'에 걸맞은 퀄리티의 쇼를 보여준 덕분이다.
"춘제(중국의 음력 설) 전부터 식단 조절을 해가며 준비를 시작했어요. 첫번째 프로 무대를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달려들었습니다."
우선 식이조절은 기본이었다. 지나치게 기름지거나 지방 함유량이 높은 음식은 기본적으로 멀리했다. (새해) 명절을 전후로 갖은 기름진 음식들이 유혹했지만 꾹 참았다.
운동도 꾸준히 했다. 25cm의 하이힐을 신고 워킹을 한다는 건 평범한 사람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이든 중노년 여성으로서는 더욱 어려운 '과제'다. 힐을 신다보니 발가락에 하중이 실렸고, 여타 모델들이 그렇듯 발 군데군데가 물집이나 상처로 가득하다. 성한 곳이 하나도 없지만 불평 한마디 한 적 없다고.
고된 훈련 과정 속에서 가장 큰 힘이 된 건 역시 가족들이었다 .
"제가 무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일에는 신경쓰지 않도록 도와줬어요.
워킹 영상을 촬영해서 보여주고, 아낌없는 칭찬을 해줬죠. 저에겐 이런게 가장 큰 효도입니다"-리쉰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더 건강하고 활동적으로 변한 시니어들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전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의 역량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그 방법을 찾아낸다면 지금의 고민거리를 미래의 먹거리로 전환시킬수 있지 않을까.
차이나랩 홍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