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소령은 전날(3일) 오후 10시 40분쯤 BMW 승용차를 몰고 청와대에 무단으로 들어가려다 동문 초소 앞에서 차단장치를 들이받았다. 직후 청와대를 경비하는 101경비단은 현장에서 달아나던 김 소령을 붙잡아 종로 경찰서로 인계했다. 김 소령은 군인 신분이 확인된 후 4일 오전 4시 30분 헌병대로 넘겨졌다.
이번 사건으로 피의자에 대한 군 당국의 허술한 신병관리가 노출됐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김 소령을 혼자 남겨둬 도주 여지를 제공했고, 까다롭게 관리돼야 하는 군부대의 출입 절차에도 허점이 드러났다.
김 소령은 계급 정년으로 인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다. 그를 놓고 진급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 질환을 앓아왔다는 주장도 군내에서 나왔다. 전날 청와대에서 김 소령이 대통령과 면담을 요구하면서 소동을 벌인 것도 진급에 대한 불만 때문으로 추정된다.
군에선 최근 군기 문란 사건이 잇따랐다. 국군 양주 병원에서 국군의무사령부 소속 군의관 8명이 실리콘을 이용해 지문을 본뜬 뒤 출퇴근 시간을 조작하다 지난달 중순 적발됐다. 같은 달 18일 공군에서 발생한 국산 지대공유도탄인 천궁 오발 사고는 정비요원들이 케이블 분리 및 연결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던 게 원인이었다. 같은 달 중순엔 전역을 앞둔 카투사 병장 5명이 인원관리의 허술함을 틈타 짧게는 보름, 길게는 한 달까지 부대를 이탈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월 육군의 한 전방부대에서는 총기 숫자가 기록된 것보다 부족하다는 사실이 발견돼 군 당국이 조사 중이다.
이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주요 지휘관과 화상회의에서 최근 군의 사건·사고를 일일이 거론하며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는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럼에도 피의자 도주사건까지 벌어지며 군의 기강이 흔들린다는 비판을 자초하게 됐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