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바쁜 모습이다. 정부는 수차례 연금충당부채는 지급 시기·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추정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상황에 따라 이 규모가 들쭉날쭉하고, 지금은 저금리다 보니 현재 가치로 환산한 연금 지급액 규모가 커졌다는 것이다.
2015년에는 연금충당부채를 53조원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회계장부에 드러난 잠재적 부채를 허투루 넘기지 않았던 까닭에 공무원 연금 개혁이 시도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 연금 개혁을 추진하기보다는 지난해부터 5년간 공무원을 17만4000명 증원하기로 했다. 증원된 공무원에게만 앞으로 급여 327조원, 연금 92조원이 지급된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연금가입자 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은 45%지만 공무원연금은 51%다. 정년이 보장되는 ‘철밥통’에 노후까지 보장하는 연금까지 생각하면 공무원보다 좋은 직업을 찾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이를 준비하는 ‘공시족(公試族)’만 41만명에 육박한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정부는 애써 측정한 수치마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이다. 신재민 전 사무관이 폭로한 적자 국채 발행 소동과 빗나간 세수 추계 이후 또 한 번 빈곤한 재정 관리 철학이 읽히는 대목이다.
김도년 경제정책팀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