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주 덕진경찰서에 따르면 이 황당한 사건은 지난달 28일 일어났다. 이날 오후 6시쯤 전주시 송천동 한 아파트 단지 내 1개 동 두 라인 50여 개 우편함 전체에 편지가 꽂혀 있었다. 편지를 열어 본 주민들은 깜짝 놀랐다. 봉투 안에 사람 머리카락 한 움큼과 일명 '행운의 편지'가 들어 있어서다. 컴퓨터로 타이핑된 편지에는 '이 편지는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고, 이 편지를 포함해 7통을 행운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 주셔야 합니다. 이 편지를 보내면 7년의 행운이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3년의 불행이 있을 것입니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전북 전주 한 아파트 단지서 무더기 발견
주민 명의 도용 발송…당사자, 수사 의뢰
경찰 "사람 머리카락 추정…감식 요청"
'정신이상자 소행' '초등학생 장난' 說 난무
"집 팔려고 미신 따른 것 아니냐" 추측도
A씨는 경찰에 "그런 편지를 보낸 사실이 없는데 내 명의가 도용됐다"며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편지들도 모두 거둬 경찰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편지 봉투 안에 든 건 인조 머리카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실제 사람 머리카락으로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도 정밀 감식을 요청한 상태다.
워낙 특이한 사건이어서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선 '정신 이상자의 소행이다' '초등학생의 장난이다' 등 온갖 설(說)이 나돈다. 일각에서는 '요즘 전주에 신축 아파트 물량이 넘쳐 거래가 안 되다 보니 아파트가 빨리 팔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미신 같은 행위를 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전주 덕진경찰서 경제팀 관계자는 "목격자와 폐쇄회로TV(CCTV) 분석 등을 통해 용의자를 찾고 있다"며 "아직 죄명이 딱 떨어지는 게 없어 사문서위조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