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국을 방문했을 때 내게도 이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영어로 번역된 신간을 홍보하기 위해 영국 출판사는 인터뷰와 강연 일정을 여럿 준비해놓았다. 그중 하나가 뉴캐슬이라는 도시에서 강연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내가 영국에 가기 직전에 봤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배경이 바로 뉴캐슬이었다. 그 많은 영국 도시 중에 뉴캐슬에서 강연을 하게 된 인연이 신기했다. 이틀 후, 아침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초대되어 런던 방송국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나, 다니엘 블레이크’ 주인공 배우 데이브 존스가 대기실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왔다고 하는 그를 보는 순간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나는 그와 함께 대기실에서 영화 이야기,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신기함·놀람 주는 ‘동시성’ 경험
신성한 존재가 주는 축복의 선물
‘나는 소중한 존재’란 자각 일깨워
이 같은 동시성의 경험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신기함과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궁금해하게 마련이다. 나도 그 궁금함에 찾아보니,먼저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경험을 어떤 신성한 존재가 자신에게 보내는 축복의 선물이라고 해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떤 이에겐 하나님이나 부처님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겐 자신의 수호 천사나 돌아가신 부모님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이 세상에 홀로 버려진 의미 없는 존재가 아니고 이 우주와 연결된 소중한 존재라는 자각을 하게 해주는 특별한 경험이다.
또 어떤 이들은 동시성의 경험을 우리가 아는 4차원의 세상 말고도 더 높은 차원의 존재를 알려주는 일이라 해석하기도 한다. 평소에는 굳게 닫혀 있는 높은 차원의 문이 가끔씩 열리는데 그때 동시성의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양자 물리학의 ‘관찰자 효과’와 연관지어 관찰자의 시선이 물리적 현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실제로 가능하기에 이런 동시성의 경험도 일어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무의식에 관심 있는 이들은 사람의 의식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그 아래에 있는 무의식은 온 우주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물리적 세상과 심리적 세상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어서 동시성의 경험은 그 사실을 증명한다고 한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면서 ‘제가 동시성을 한 번 더 경험하게 해주세요’ 하고 마음속으로 요청했다. 그러니 정말 신기하게도 라디오에서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노래 ‘Song for the Asking’이 나왔다. “내게 요청하면 아름답게 연주해서 너를 미소 짓게 하겠다”라는 가사와 함께 말이다.
혜민 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