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장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는 관행이자 시스템의 문제"라며 자신에게 제기된 전(前) 정부 인사 사표 강요와 채용비리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 2일 3차 검찰조사
답변, 판사 영장 기각사유와 유사
"靑낙하산 인사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
특혜 의혹 참고인도 "관행이라 생각"
김 전 장관은 산하기관 임원 채용 과정에서 청와대가 낙점한 후보들에게 면접 정보 등 특혜가 제공된 점에 대해 "그 부분까지는 알지 못했다"며 혐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영장기각 사유 답변 가이드라인 됐나
당시 박 부장판사는 "청와대와 부처 공무원들이 임원추천위원회 단계에서 후보자를 내정하는 관행이 장시간 있어 김 전 장관의 위법성 인식이 희박해 보인다"고 영장을 기각했다. 사표 강요 혐의에 대해선 '최순실 일파'라는 표현까지 사용했고 국정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혐의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당시 법원의 이례적으로 긴 장문의 기각 사유(462자)가 수사를 받는 피의자와 참고인들의 답변 가이드라인처럼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장 기각 뒤 검찰 조사를 받은 산하기관 낙하산 출신 임원들도 특혜를 제공받은 것에 대해 영장 기각 사유처럼 "관행인 줄 알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반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당시 법원이 '최순실 일파''오랜 관행' 등과 같이 정치적이고 주관적인 표현을 담아 밝힌 영장 기각 사유가 수사를 받은 이들의 답변 자료처럼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판사 출신 변호사도 "판사의 주관적 견해가 담긴 것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기각사유였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선 신입 사원 채용 비리보다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 예산을 책임지는 공공기관 기관장 인사 비리가 더 심각하다는 견해도 있다고 한다. '낙하산 기관장'들은 자신을 추천한 사람과 정당의 이해 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환경부 공무원이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를 추천하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입장이다.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지원자가 산하기관 임원으로 임명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다.
검찰 "낙하산 관행이라면 산하기관 임원 왜 공모하나"
현행 법률상 공공기관 임원은 임원추천위원회의 서류와 면접 전형을 거쳐 최종 3~5배수 후보가 선정되면 직급에 따라 장관이 후보를 대통령에게 제청하거나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선발하게 되어있다. 청와대 낙점자가 최종 배수에만 오르면 사실상 임명되는 구조다.
검찰은 환경부와 산하기관이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를 최종 후보로 올리기 위해 서류와 면접 과정에서 각종 특혜를 준 정황도 파악했다. 현재 산하기관에 임명된 13명의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 중 상당수가 이런 과정을 통해 임명됐다고 한다.
검찰은 변호사 선임 문제로 출석을 연기 중인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도 이번주 중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신 비서관도 김 전 장관과 함께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신 비서관이 김 전 장관처럼 혐의를 전면 부인할 경우 증거 인멸을 우려해 구속영장 청구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