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따라잡기]
3일 시행 샤리아에 따라 절도범은 손목·발목 절단
"인권 침해 심각"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사회 반발
52년째 집권 볼키아 국왕, 자산 22조 넘는 갑부
석유 독점하며 무상복지로 왕실 반대여론 탄압
1일(현지시간) 영국 더 타임스에 따르면 새 법은 하지 하사날 볼키아(73) 국왕의 명령으로 지난 2014년부터 추진됐다. 당시에도 인권 침해 논란이 거셌던 데다 관계 법령이 갖춰지지 않아 실제 시행은 미뤄져 왔다고 한다. 그 사이 브루나이는 상대적으로 논란이 적은 관습법, 예컨대 성탄절 트리 금지 등을 먼저 시행했다.
이번 형법을 두고 세계적 비난이 거센 배경엔 브루나이의 절대군주와 그 왕실이 보여온 이중성 논란도 작용한다. 1967년 세습 술탄 직위에 오른 볼키아 국왕은 브루나이의 총리를 겸하는 등 절대권력을 휘둘러왔다. 2008년 포브스 집계 때 개인 자산이 200억 달러(약 22조 7000억원)에 달했다. 그런 그를 놓고 추문 논란이 번진 바 있다.
“10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소송은 일약 세계적인 화제가 됐지만 브루나이 왕실 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소송은 취하됐고 양측 간에 별도 합의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볼키아 국왕이 왕궁 내 하렘에 수십명의 미성년 소녀들을 두고 '성 시중'을 들게 하는 '섹스·음란파티광'이라는 논란도 이즈음 불거졌다.
잠잠하던 브루나이가 또 한번 외신을 타게 된 것은 2000년 이번엔 국왕이 동생 제프리 왕자를 공금 횡령죄로 제소하면서다. 왕은 당시 소장에서 ‘제프리가 투자청장과 재무장관을 맡았던 1980~90년대에 무려 400억 달러가 국고에서 사라졌고 이 중 150억 달러가 제프리 왕자의 계좌로 들어간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소송은 조정으로 마무리됐는데 제프리 왕자가 국고로 환원한 자산은 알려진 것만 고급 차량 2500대, 그림 100점, 요트 5대, 비행기 9대 등이었다.
브루나이 왕실이 이처럼 부유한 것은 이 나라 국부(國富)의 거의 전부라 할 석유를 모두 국왕이 관리하기 때문이다. 석유는 이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70%, 수출의 98%를 차지하는데 덕분에 지난해 국민 1인당 GDP가 3만2000달러(구매력 기준 8만2000달러)에 육박했다. 국왕은 이 수입을 독점하면서 대신 국민들에게 무상교육, 무상의료와 함께 연금과 저리 융자를 제공한다. 개인과 기업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대신 왕실을 비판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으며 국영언론이 국민의 눈과 귀를 장악하고 있다.
앞서 새 형법 시행이 알려지자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는 브루나이 왕가가 소유한 9개 고급 호텔에 대한 불매운동에 돌입했다. 평소 반전·인권 운동에 앞장서 온 클루니는 지난달 28일 미국 온라인 연예매체 '데드라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이들 호텔에 머무르거나 모임을 하거나 저녁 식사를 할 때마다 우리는 동성애 또는 간통을 이유로 자국 시민에게 죽을 때까지 채찍질하거나 돌을 던지는 사람들의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루니가 문제 삼는 9개 호텔은 브루나이 투자청 소유의 '도체스터 컬렉션' 럭셔리 체인에 해당하며, 영국(3곳)·미국(2곳)·프랑스(2곳)·이탈리아(2곳)에 자리하고 있다. 영국의 전설적 팝스타이자 그 자신이 동성애자인 엘튼 존도 1일 ‘호텔 보이콧’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밖에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와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헬렌 클라크 전 뉴질랜드 총리 등도 브루나이의 새 형법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