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한 471억1000만 달러로 4개월째 줄었다. 반도체와 함께 또 다른 수출 주력품목인 석유화학·석유제품·무선통신기기 등이 수출 감소세를 면치 못하는 등 13개 주력 품목 중 선박(5.4%)을 제외한 12개 품목의 수출이 지난달 감소세를 나타냈다. 수입은 6.7% 감소한 418억9000만 달러, 무역수지는 52억2000만 달러를 기록해 86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중국 불황에 고객사들 주문 미뤄
3월 수출액 작년보다 17% 줄어
3월 수출 8% 줄어 넉 달째 내리막
수입 줄어 적자 모면 ‘불황형 흑자’
현경연 “올 수출 전망 3.7 → 0.7%”
증권가에서는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 수준을 하회할 것”이라고 자백(?)한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부진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반도체 부문은 1분기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세에 들어선 것을 확인한 고객사들이 주문을 미루면서 재고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 “반도체 하반기 회복” 해외선 “3분기도 어렵다”
3월 기준 반도체는 전체 한국 수출의 19%, 중국은 24.3%를 차지한다. 반도체를 제외하고 집계하면 3월 수출은 5.9% 감소, 중국을 제외했을 경우 수출은 5.5% 감소로 수출 둔화 폭이 줄어든다. 산업부 관계자는 “조업일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하루 줄어들었고, 지난해 3월(513억 달러) 수출이 월별 기준으로 역대 최고였던 기저효과의 영향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댈 곳은 반도체다. 반도체는 수출 감소 원인이 한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보다는 단가 하락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반도체의 가장 큰 고객인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재고 소진이 미뤄지고,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가격은 당분간 내림세일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는 “가격 하락세가 올해 2분기까지라던 기존 전망을 수정해 3분기까지도 D램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이 반도체 생산을 현실화하면 결국 국제 반도체 가격은 더 내려갈 것”이라며 “향후 중국이 경쟁력을 높여가면 우리가 중국에 반도체 수출을 하는 게 쉽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산업부는 회복 속도가 지연될 수는 있겠지만, 반도체의 업황이 하반기부터는 개선되는 상저하고(上低下高)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는 올해 하반기 반도체 수요 증가 요인으로 ▶글로벌 IT기업의 데이터센터 주문재개 ▶5세대 이동통신(5G)·인공지능(AI) 등 수요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교체 수요 등을 꼽았다.
지금과 같은 수출 감소 현상이 이어지면 수입도 덩달아 줄어드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가 나타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소득이 늘어 흑자가 난 것이 아니라 ‘허리띠’를 졸라매 씀씀이를 줄여서 흑자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수출 증가율에 대한 전망을 기존 3.7%에서 0.7%로 대폭 하향했다. 지난해 수출 증가율은 5.4%였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세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기술적 차별성 확보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서유진·김영민 기자 suh.yo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