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그가 무슨 발명을 했는지 궁금해진다. 오브신스키는 실리콘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 차세대 메모리인 상변화 메모리(P램)를 발명했다. 쓰고 지울 수 있는 CD롬을 만든 것도 오브신스키다. 가장 유명한 발명은 니켈수소(Ni-MH) 배터리다. 무겁고 효율이 떨어지는 납축전지를 대체해 2차전지의 획기적 발전을 이뤄냈다.
199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주 내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20%는 배기가스가 전혀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배기가스 제로법’을 제정했다. GM은 오브신스키의 니켈수소 배터리로 전기차 ‘EV1’을 개발했다. 4시간 충전에 200㎞를 달릴 수 있었다. 문제는 글로벌 석유기업과 자동차 회사들이 ‘미래 경쟁자’인 EV1을 싫어했다는 점이다. 소송 끝에 배기가스 제로법은 폐기됐고, GM은 EV1을 전량 회수해 폐기했다. 19세기 말 내연기관 자동차와 경쟁했던 전기차는 헨리 포드가 값싸고 대량생산 가능한 모델T를 내놓으면서 죽었고, 100년 뒤 한 번 더 죽었다.
전기차는 부활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200만대 넘게 팔렸다. 2025년 미국과 유럽의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되면 전기차의 시장점유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전기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초미세먼지는 아직 해답을 찾지 못했다. 전기차가 늘어날수록 전기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탈(脫)원전을 추진하는 우리 정부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