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고위관계자는 27일 "최저임금 심의 요청을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로 연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회 논의가 막바지여서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최저임금위가 (공익위원 사퇴서 제출 등으로)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행 법 따라 요청한 뒤 법 개정되면 구법·신법 적용 혼선
개정 법 발효되면 최저임금위 개편 등에 시간 필요
부칙에 현행 8월 5일 고시일을 10월 5일로 연기 명시
"심의 요청 연기는 절차상의 문제일 뿐 효력 영향 없어"
법안 심의 시기가 보궐선거와 맞물려 국회에서 발목
이와 관련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부칙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요청 시기를 5월 31일까지로 연장할 수 있게 명시했다. 또 최저임금 결정 고시일도 현행 8월 5일에서 10월 5일로 두 달 늦췄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현행 노사와 공익위원이 결정하던 최저임금을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해 심의. 결정토록 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구간설정위를 이끌 공익위원(노사 추천 뒤 상호배제)과 결정위원회에 참여할 공익위원(정부와 국회 추천)을 새로 선임해야 한다. 이를 고려해 현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8명은 모두 사퇴서를 낸 상황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라 심의 요청을 하게 되면 현행 법체계에서 심의를 진행해야 하는 모순이 생길 수 있다"며 "법이 개정되면 개정법에 따라 심의를 하는 것이 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고, 행정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만 현행법을 어기는 부담은 져야 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법 위반 문제는 절차상의 문제일 뿐"이라며 "법·제도와 행정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심의 요청 연기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최저임금법상 6월 30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토록 명시돼 있지만 최저임금위에서 이를 지킨 경우는 드물다"며 "법 개정 상황을 보고 유예하는 것은 효력 요건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부와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법상 결정 시기를 넘길 때마다 "절차상 연기됐을 뿐 중요한 것은 최종 고시 시점"이라고 주장해왔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처리된다면 그 시기는 다음 달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동소위와 3일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거쳐 5일 본회의가 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 환노위원은 "4·3 보궐선거와 노동소위가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어 처리하기에 만만찮다"며 "5일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4월 임시회를 열어 통과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4월에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총선과 맞물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은 물 건너갈 수도 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