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를 안 내고 버텨서 적당히 넘어가려고 한다면 그건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9년 9월 이귀남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청문위원 자리에 앉은 박영선 당시 민주당 의원은 자료 제출이 부실하다며 이렇게 따져 물었다.
10년의 시간이 지난 뒤 박 의원은 27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자격으로 인사청문을 받는 자리에 앉았다. 공수가 뒤바뀐 박 후보자는 산자위 청문회장에 들어가기 전 “(야당이) 너무 개인적인 자료를 많이 요청했다. 인사청문회를 약 40번 해봤는데 (제출 자료가) 책자로 인쇄되면 ‘지라시’ 시장에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개인 정보가 담긴 자료는 미리 제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야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을 검증하는 대목마다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정 의원이 “배우자와 아들의 금융거래내용, 통장입출금명세, 해외송금 명세를 왜 안 내느냐”고 묻자, 박 후보자는 “직접 금융기관에 갔는데 (해외에 있는) 본인들이 직접 와서 사인하기 전까진 못 준다고 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한국당 곽대훈 의원은 “본인이 해외에 있는 경우 영사관이 인정한 위임장을 청구해서 금융거래내용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자 아들의 고액 외국인 학교 입학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도 자료 제출이 문제가 됐다. 한국당 박맹우 의원이 “외국인 학교 학비 자료는 왜 제출하지 않느냐”고 묻자 박 후보자는 “내가 안 주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홈페이지를 봐라’ 이렇게 얘기한다”고 답했다.
또 야당 의원들은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박 후보자가 입었던 롱 패딩의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밝히라고 추궁했다. 하지만 박 후보자는 “프라이버시 문제 때문에 밝힐 수가 없다”고 버텼다.
자료 제출 논란은 젠더 이슈로까지 번졌다. 일부 한국당 의원이 박 후보자의 치료 기록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특혜 치료를 검증하겠다는 취지라고 한국당 의원들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후보자가 유방암 수술을 받은 병원이 어디인지가 왜 궁금한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을 살릴 역량을 제대로 갖췄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자는 자료 제출을 요구한 한국당 윤한홍 의원에게 “내가 윤 의원에게 ‘전립선암 수술했느냐’라고 물으면 어떻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