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동부지법 박정길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김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의 결과는 여기에 달려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영장실질심사
檢, 수천쪽 증거 제출하며 소명 자신
과거 '문체부 블랙리스트' 판결 언급할듯
金 "정당한 인사권 행사" 혐의 전면 부인
법조계 "검찰, 문체부 블랙리스트 판결문도 제출했을 것"
전(前) 정부에서 임명된 임원들만을 겨냥한 표적감사가 진행되고 사표를 받은 것은 박근혜 정부가 '블랙리스트'에 반대했던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에게 사표를 강요했던 행위와 사실상 똑같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김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죄(직권남용)'를 적용했다.
지난해 4월 항소심에서 법원은 '사표 강요 혐의'와 관련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관련자들에게 줄줄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근거 없이 임용권자의 자의에 따라 1급 공무원을 면직할 수 있다는 것은 직업공무원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란 이유를 들었다.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 측에선 줄줄이 유죄가 내려졌던 '문체부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의 판결문을 영장심사 전 법원에 제출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검찰은 지난해 7월 환경공단 상임감사 공모에서 청와대 추천 인사가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면접 합격자가 전원 탈락하고 재공모가 이뤄진 것과 탈락했던 청와대 추천자가 환경부 산하기관이 출자한 민간회사에 대표로 임명된 점 모두 김 전 장관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환경공단 최하등급 평가, 표적감찰 지시한 적 없다"
특히 청와대 추천자가 탈락했던 환경공단의 경우 지난해 공공기관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맞았던 점을 강조하며 임원 교체가 불가피했다는 논리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김 전 장관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에 따라 인사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환경공단 1차 공모가 무산됐을 당시 김 전 장관이 해외 출장 중이라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펼칠 수도 있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2월 초 검찰 조사에서도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동향은 보고받았지만 표적 감찰 사실은 몰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법 전문가인 최주필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는 "김 전 장관이 혐의를 인정하면 구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검찰의 주장을 반박할 것"이라 했다.
"공공기관 낙하산 근절할 때" vs "과거 정부부터 이뤄진 관행"
윤영찬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검찰은 과거에는 왜 권력기관을 동원한 노골적인 임기제 공무원의 축출이 '불법'이 아니었는지를 설명해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의겸 대변인도 22일 "과거 정부의 사례와 비교해 균형있는 결정이 내려지길 기대한다"며 검찰의 영장 청구에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검찰에선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야말로 가장 대표적인 적폐"라며 "이번 수사 역시 현 정부가 강조해왔던 '적폐청산 수사'의 일환"이란 입장이다.
이제 막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경우에도 기소된 판사들은 "관행처럼 용인돼 오던 일들에 대해 검찰이 가공의 프레임을 적용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검찰 간부 출신의 변호사는 "현 정부가 검찰을 이용해 진행했던 적폐청산이 마무리되자 그 결과가 자신들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천쪽의 증거 확보" vs "도주, 증거인멸 우려 없다"
김 전 장관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충분한 증거와 진술이 있어 변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 측은 이런 검찰의 주장을 역으로 이용해 "검찰이 이미 충분히 증거를 확보한만큼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고 전직 장관의 신분상 도주의 우려도 없다"며 불구속 재판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영장심사가 종료되면 김 전 장관은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구속 여부가 가려질 때까지 대기한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오늘 저녁, 늦어도 내일 새벽 중에는 결정될 예정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