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누리(38) 감독은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 ‘베를린’ 등 조감독을 거쳐 이번 영화가 장편 데뷔작.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각본도 직접 썼다. 그는 “주식 문외한인데도 원작을 재밌게 읽었다”면서 “대단한 능력도, 재주도 딱히 없는 평범한 인물이 큰돈을 벌 기회를 잡으며 변화하는 성장 드라마에 관심이 갔다”고 했다.
류준열 주연작 ‘돈’의 박누리 감독
초짜 주식 브로커의 성장담 다뤄
- 주식은 해봤나.
- “취재한다는 생각으로 100만원 좀 안 되게 해봤다. 멋모르고 조금 벌었을 땐 제 손에 그 돈이 잡힌 듯했는데, 며칠 뒤 마이너스로 떨어지니 허무했다. 돈이 숫자에 불과하단 생각을 했다.”
- 주식을 잘 몰라도 영화를 따라가기가 어렵지는 않은데.
- “어려운 설명은 최대한 배제했다. 대신 주식 거래 중 일현의 표정이나 손가락 떨림 같은 반응, 음악, 사운드로 상황을 쉽게 느끼도록 유도했다.”
- 일현이 주식 거래 ‘클릭질’에 핏발 세우는 모습이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 같다.
- “오락을 하듯, 정해진 시간 안에 보이지 않는 뭔가를 잡기 위해 맹목적으로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돈의 크기는 나중에나 실감하는 것이다. 류준열씨 얼굴과 손가락이 ‘열일’했다. 홍재식 촬영감독이 인물과 같이 숨 쉬듯 밀착해서 표현해줬다.”
- 일현 역에 류준열을 먼저 떠올렸다고.
- “준열씨는 어떤 장소, 공간이든 자연스레 녹아드는 배우다. 장편 데뷔작 ‘소셜포비아’부터 새로웠다. 일현을 다채롭고 풍부한 캐릭터로 만들어줬다. 극 중 그가 축구선수 손흥민을 언급하는 장면은 실제 두 사람이 친분 있는 줄도 모른 채 썼는데 대본을 본 준열씨가 신기해하더라.”
원작 소설의 장현도 작가는 20대에 법인 브로커로 일하다가 ‘부티크’를 설립, 거금을 운용하다 굴곡을 겪고 금융계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감독은 “영화는 원작의 인물 구도, 큰 줄기만 가져오고 디테일한 흐름과 결말은 바꿨다”며 “원작자를 만나면 영향을 너무 받을 듯해 대본을 완성한 뒤 만났다. 일현처럼 보통 사람의 느낌이었다. 작가님 경험담을 자연스레 들었다”고 했다.
그는 영화의 시작과 끝을 눈여겨봐달라고 했다. 첫 출근길 설렌 표정으로 회사를 올려다보던 일현이 마지막에 짓는 미소는 “관객마다 돈에 대한 관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듯하다”고도 했다. “저한테 돈은… 월세 낼 때랑 아메리카노냐, 라떼냐 몇백원 차이를 고민할 때 가장 실감 나죠. 돈이 삶의 수단이지 목적이 되면 안 될 것 같아요.” 박 감독의 말이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