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화장품 가게 직원은 "여긴 외국인이 있어 장사가 제법 되는 곳인데도 요즘 눈에 띄게 손님이 줄었다"고 말했다. 미샤를 운영하는 가맹점주는 "7년 전보다 매출이 절반 이하”라며“당시 한 달에 7000만~8000만원 팔았는데, 요즘은 3000만~4000만원"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점주는 "한국 손님의 경우 세일을 안 할 때는 사지 않는다. 정상가가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어 "요즘 손님은 가두점에 와선 물건만 보고 주문은 온라인으로 한다”며“우리가 쇼윈도 역할을 하고 있지만, 온라인 매출은 본사가 가져간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화장품산업 성장을 견인한 '원브랜드' 가두 매장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경기 침체로 매출이 갈수록 하락하는 가운데, 판매 창구가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거의 매달 하는 '50% 할인'도 이젠 독이다. 수년째 지속하다 보니 소비자는 반값을 정상가격으로 인식하게 됐다. 외국인 관광객이 산 면세 화장품이 명동 깔세 매장이나 지방 축제로 흘러들어와 로드숍보다 훨씬 싼 값이 팔리는 것도 가두 매장을 옥죄고 있다.
본사와 가맹점 간 매출 추이도 엇갈린다. 전혁구(60) 이니스프리가맹점주협의회장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아리따움·이니스프리·더페이스샵·네이처리퍼블릭·토니모리 5개 브랜드를 운영하는 본사의 매출은 2배 이상 올랐지만, 가맹점주의 매출은 1.26배 상승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가두점 매출은 한 달 3000만원 이하로 추산된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등록한 상위 10개 브랜드의 평균 연 매출은 3억6914만원(2017년 사업 기준)으로 한 달 약 3000만원이다. 점주협의회측은 "지난해는 이보다 30%가량 더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혁구 회장은 "그 간 화장품 산업의 볼륨을 키워온 주체인 가맹점주는 일방적으로 물갈이당하고 있다"며 "이러다간 가두점이라는 업태 자체가 사라질 판"이라고 말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어떤 산업이든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 매장은 감소하게 돼 있다"며 "가맹점의 경우 고객 체험·컨설팅 서비스 등 본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대신하는 식으로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리따움·이니스프리·더페이스샵·네이처리퍼블릭·토니모리 가맹점주협의회는 19일 국회 의원회관서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화가연) 발족식을 가졌다. 화가연은 "면세점 불법 유통을 근절하고 할인 이벤트에 대한 정산 방식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