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빈살만 왕세자는 최근 그가 쥐고 있던 재정·경제 관할 권력 일부를 박탈당했다. 지난 주 수석 경제·재정수석 회의는 이례적으로 왕세자 없이 진행됐다. 왕세자는 사우디를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 고위급 인사와의 회담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전화 회담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된 게 최근 2주새 공식 활동의 전부다.
가디언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말 개각 때 임명된 무사드 알 아이반 국가안보보좌관이 비공식적으로 왕을 위한 투자 결정을 관장하게 됐다”면서 이 같은 변화가 이른바 ‘카슈끄지 사태’ 이후 사우디의 국제 사회 신인도가 추락하고 있는 것과 관련된다고 진단했다.
가디언 "재정·경제 실권 박탈…국왕 보좌 새로 임명"
지난달부터 국왕과 불화설…"카슈끄지 사태 후폭풍"
사우디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빈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에 관련이 없다고 부인해왔다. 하지만 NYT는 지난 17일 미 정보당국 기밀 보고서를 인용해 빈살만 왕세자가 연루된 사우디 신속개입팀(the Saudi Rapid Intervention Group)의 존재를 깊숙이 보도했다. 왕세자의 측근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이 팀은 2017년부터 반체제 인사의 감시·납치·구금·고문 등의 비밀공작에 개입해 왔으며 이들이 수행한 최소 십수건의 공작 중에 지난해 10월 카슈끄지 살해도 포함된다는 내용이다. 2017년은 왕세자가 왕위 계승 작업 과정에서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반대파를 극심하게 탄압하던 시기다.
카슈끄지 사태 초기만 해도 살만 국왕은 왕세자를 감싸는 쪽이었지만 올초부터 심심치 않게 국왕과 왕세자의 불화설이 불거져 나왔다. 특히 지난 2월 말 국왕이 이집트를 국빈 방문하던 중 느닷없이 수행 경호팀 전원을 전격 교체한 것이 이상신호의 시작이었다. 당시 보좌진이 "경호팀 일부가 빈살만 왕세자에게 충성한다"며 보안 우려를 제기했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 같은 보도를 종합해보면 카슈끄지 사태와 인사 문제 등에서 지나치게 실권을 과시한 왕세자에 대해 살만 국왕이 “고삐를 죄고자 하는 것”(가디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주요 중동전문가들은 왕세자가 왕좌를 이어받는 것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그가 당분간 공개 행사에서 사우디를 대표하는 일을 자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