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북한대사관의 외부 게시판은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중국 내 거의 유일한 공개 창구다. 여기에 거는 사진이 북한이 해외에 전하는 외교 메시지가 된다. 북한은 지난해 6월 12일 북·미 1차 정상회담이 열린 후인 지난해 7월 이 게시판에 트럼프 대통령 사진을 실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포르에서 만나는 첫 악수 장면, 단독 회담 모습, 북미 공동성명 서명 장면, 산책 장면 등을 게재했다. 당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들은 "북한대사관 게시판에 미국 대통령 사진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뒤엔 1차 회담 때와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이 없다. 18일 오전 베이징 차오양구(朝陽區) 북한대사관 정문 동쪽에 있는 게시판은 지난 3월 1~2일 베트남 공식 방문 사진들로 교체돼 있었다. 김 위원장이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을 만나 회담하는 사진과 호찌민 묘에 헌화하는 사진, 공식 환영 만찬 사진 등만 걸려 있었다. 이 게시판으로만 보면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열렸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
이보다 앞서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던 지난해 9월 말에는 평양과 백두산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 정상회담 사진으로 게시판을 장식하기도 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올해 들어 북·중 정상에 이어 북·베 회담 등 사회주의권 국가와 교류하는 사진이 연속으로 실리면서 합의문 없이 노딜로 끝난 북·미 회담에 대한 불만을 '트럼프 사진 배제'로 표출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