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취재결과 노르웨이 법원은 최근 한국 정부(법무부)의 범죄인 인도 청구에 불승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법무부 국제형사과 관계자는 “노르웨이 법원은 용의자를 피의자로 특정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용의자가 신혼부부를 살해했다는 직접 증거나 새 단서를 찾지 않는 한 용의자를 국내로 송환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인터폴(국제사법경찰) 적색수배로 2017년 8월 노르웨이에서 검거한 용의자의 국내 송환 절차를 진행해왔다.
노르웨이서 검거된 용의자 국내 송환 불승인
실종된 남편 첫사랑인 용의자 추가 수사 불가
3년간 허송 세월한 셈, 새 단서 찾기도 어려워
하지만 이 사건을 수사한 부산 남부경찰서는 범죄인 인도 청구가 거부당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법무부에서 노르웨이 법원 결정을 통보해주지 않아 모르고 있었다”며 “수사 종결을 하지 않았지만, 용의자가 국내 송환되지 않는 한 더 이상의 수사가 어렵다. 새 증거를 찾을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신혼부부의 남편 B씨의 첫사랑으로 B씨가 결혼하기 전부터 지속해서 연락을 주고 받아왔다. B씨는 휴대전화 2대를 사용했고, 1대는 오로지 A씨와 통화하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B씨가 C씨와 결혼하자 A씨는 두 사람을 지속해서 괴롭혔다고 경찰은 밝혔다.
A씨는 신혼부부가 실종되기 보름 전인 2016년 5월 14일 노르웨이에서 한국으로 입국했다. 그해 5월 31일 신혼부부는 실종됐고, 일주일 뒤인 6월 7일 A씨는 노르웨이로 출국했다. 경찰이 수사를 벌이자 A씨는 그해 8월 노르웨이 현지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가 4개월 뒤 종적을 감췄다.
경찰청이 2017년 3월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자 그해 8월 A씨가 노르웨이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A씨 검거로 수사에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내 송환이 좌절되면서 더는 수사를 하기 어렵게 됐다.
부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2000장에 이르는 수사 기록을 재검했으나 추가로 수사해야 할 사항을 찾기 어려웠고, 새로운 증거 없이 주변인을 재소환해 조사하기도 어렵다”며 “시민 제보가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실종된 아내 얼굴은 공개했으나 실종된 남편의 가족 요청으로 남편 얼굴은 공개하지 않아 시민 제보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