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선진국 중에서 미국보다 늦게 보잉737맥스 운항 중단에 동참한 국가는 일본 정도다. 사고 당일 중국이 해당 기종 운항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이 동참했고, 영국·노르웨이 등 유럽권이 합세했다. 전세계 50여 개국이 운항 보이콧에 동참했다. 보잉사의 데니스 뮐렌버그 최고경영자가 12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안전을 자신하고 미 연방항공청(FAA)도 “어떠한 시스템적 결함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를 뒷받침했지만 ‘보잉 포비아’를 막지 못했다.
중국 첫날 운항중단 … 유럽 등 동참
미국은 참사 나흘 만에 중단 발표
추락 사고 에티오피아항공 CEO
“조종사 비행통제 안된다 교신”
사태 수습을 지휘해야 할 FAA 청장이 1년 2개월째 공석이란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초 자신의 개인 전용기 조종사를 FAA 청장 후보로 추천했다가 ‘자격 미달’이라는 비판 속에 이를 실현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중국이 사태 초기에 독자노선을 걸은 게 타격이 컸다. 1990년대만 해도 여객기 추락 사고가 빈번했던 중국은 앞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면 FAA 결정을 따랐다. 하지만 이번엔 독자적인 운항 중단 결정을 내렸고 이는 연쇄 효과를 불렀다.
이번 사태가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인 ‘화웨이 싸움’에 영향을 미칠 지도 주목된다. 미국은 5세대(5G) 통신망 구축 사업과 관련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배제하라고 유럽·아시아 동맹국들에게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12일 “우리 스스로 기준을 정할 것”이라고 공개 발언했고 영국과 이탈리아도 반(反)화웨이 진영에서 이탈한 상태다. FT는 “보잉 737 논쟁에서 가장 교훈적인 점은 중국과 유럽연합(EU)이 같은 규제기준에 동의하면 미국이 따를 수밖에 없는 글로벌 경제의 현실”이라며 이번 사태가 미국 일방주의를 밀어붙여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각성의 기회(teachable moment)”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사고 비행기 조종사가 비행 통제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트왈데 게브레마리암 에티오피아항공 최고경영자(CEO)는 13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사고기 조종사가 10일 관제탑에 비행 통제에 문제가 있어 아디스아바바 공항으로 회항하길 원한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10일은 사고가 발생한 날이다. 게브레마리암은 조종사의 정확한 보고 시점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고기가 이륙 6분 만에 추락한 것으로 미뤄 이륙 직후~6분 사이로 추정된다.
강혜란·황수연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