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에게 몰카는 놀이·중독"···범죄전문가가 분석한 카톡

중앙일보

입력 2019.03.14 17:50

수정 2019.03.1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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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과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영상을 올리면 서로 격려하고, 경쟁을 벌이면서 수위가 높아지고 대담해졌을 것이다. 이 분위기에 가장 심취한 게 정준영으로 보인다”(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성관계를 촬영한 뒤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준영에 대해 범죄전문가들은 그가 이를 일종의 ‘놀이’로 여겼다고 분석했다. 특히 2016년 무혐의 처분을 계기로 범죄 행위에 자신감이 붙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런 행위를 미국 연방수사국(FBI)에서는 ‘섹스링’(Sex ring) 범죄로 규정한다. 주로 10대 청소년에게서 보이는 행태”라며 “자기들끼리 성범죄 영상을 공유하며 즐겼고, 그 가운데 리더격인 사람이 바로 정준영이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배 교수는 “대화 내용 중에는 ‘상갓집에서 관계를 했다’며 스스로도 정상이 아니라고 실토하는 부분이 있다. 이미 본인의 행동이 잘못된 걸 인지한 모습”이라며 “하지만 이미 자기만족을 넘어 단톡방 참가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행위가 됐기 때문에 멈추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무혐의 처분, '방아쇠' 됐을 것"

[사진 SBS 캡처]

 
2016년 정준영이 몰카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 받은 것이 범행의 변곡점으로 꼽힌다. 당시 검찰은 촬영된 영상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이수정 교수는 “무혐의 처분이 이후 범죄의 ‘방아쇠’가 됐을 것”이라며 “’우리는 힘있는 집단’이라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고삐가 풀린 듯 범행을 이어 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배후의 여부에 따라 정준영의 행위가 '상납'의 성격을 띠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상훈 교수는 "만약 단톡방 참가자들이 단순한 친분관계가 아니라 사업상 이권을 주고 받는 상하관계였다면, 정준영의 행위는 일종의 '상납 행위'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준영의 행위뿐 아니라 참가자들의 관계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중독' 가능성…"적극적인 치료 필요"
 
불법촬영과 유포 행위가 ‘중독’ 수준이라고 진단한 전문가들은 치료를 통해 재범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미 여러 차례 몰카 촬영과 유포로 쾌감을 느낀 상황으로 볼 때 중독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배상훈 교수는 “만약 이번 사건으로 처벌을 받고 난다면 이전처럼 배후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쉽게 범죄를 저지르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이미 치료를 요하는 관음 중독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본인의 삶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준영 14일 오전 10시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검은 정장 차림으로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 나타난 정준영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려 정말 죄송하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경찰은 정준영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