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13일 경남 김해시 상동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시청했다. 다만 TV가 아니라 유튜브 중계를 통해서다. KBO리그 방송 중계권을 가진 KBS N, MBC 스포츠플러스, SBS SPORTS, SPOTV가 시범경기를 중계하지 않자 구단들이 뉴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직접 중계했다.
팬 호응 높은 프로야구 자체중계
13일 KIA 중계 조회 수 15만 뷰
전 구단 자체 계정으로 방송 예정
시범경기 중계 보이콧 효과 적어
14일에는 5경기 모두 자체중계될 전망이다. 유튜브 또는 아프리카 TV를 통해 볼 수 있다. 14~15일 LG-두산전은 서울 잠실구장 내부공사 관계로 이천구장에서 열린다. SK·KT·삼성·키움·NC도 홈 시범경기 중계를 준비 중이다. 채성수 삼성 구단 홍보 담당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평가전을 중계한 적이 있어 제작에 큰 어려움은 없다”라고 말했다.
구단 자체중계는 카메라 한두 대로 진행한다. TV 중계만큼의 다양한 각도의 고품질 화면을 서비스할 수 없다. 전문 중계진 대신 구단 전속 리포터나 지역 방송사 아나운서 홀로 중계하기 때문에 분석의 전문성도 떨어진다. 그래도 팬들은 자체중계에 열광하고 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뉴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프로야구 중계권은 뉴미디어 중계권 우선협상자인 통신·포털 컨소시엄(네이버·카카오·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에 있다. 통신·포털 컨소시엄은 지난달 25일 공개입찰에서 방송사 컨소시엄보다 더 좋은 조건(5년 중계권료 1100억원)을 제시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이들 뉴미디어 중계권자는 TV 중계 화면을 가지고 뉴미디어 플랫폼에서 사업한다. TV 중계화면이 없을 경우 통신·포털 컨소시엄이 직접 중계화면을 제작해야 하는데,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팬들을 위해 구단의 자체중계를 허용했다.
방송사 측은 “광고 시장의 상황 악화로 중계 수익성이 떨어졌다” “시범경기가 프로배구 플레이오프 일정과 겹친다” 등의 이유를 대고 있다. 광고 시장이 좋지 않은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고, 4개사가 매일 배구를 중계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야구인들은 방송사의 시범경기 중계 불발의 이유를 뉴미디어 중계권자 선정 여파로 보고 있다. 방송사들이 내년 TV 중계권 사업자 선정 때 유리한 입장에 서려고 ‘중계 보이콧’으로 KBO를 압박한다는 해석이다.
구단의 자체중계로 프로야구에 대한 팬들의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 그만큼 방송사의 압박 효과도 약해졌다. 팬들이 자체중계에 호응하는 건, 뉴미디어 시대의 콘텐트 소비자가 생산자에게 보내는 ‘반격의 신호’로 읽힌다.
김식·박소영 기자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