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에 오랜만에 10대 국가대표가 탄생했다. 스페인 프로축구 발렌시아의 18세 미드필더 이강인(발렌시아).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 이달 A매치 2연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만 18세 20일(엔트리 발표 당일 기준), 역대 국가대표 선수를 통틀어 최연소 7위에 해당한다.
22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리는 볼리비아전에 출전할 경우, 만 18세 31일. 김판근(17세 241일), 김봉수(18세 7일)에 이어 A매치 데뷔 기준 최연소 3위가 된다. 에이스 손흥민(27·토트넘)의 기록(18세 175일)보다 5개월 가까이 빠르다.
U20월드컵·올림픽 예선 등 앞둬
소속팀서 추가 차출 거부할 수도
축구협회와 감독들 머리 맞대야
‘연령별 대표팀과의 원활한 소통’도 약속했다. 이강인은 정정용(50)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대표팀과 김학범(59)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에서도 탐내는 공격 자원이다. 두 팀은 각각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과 도쿄 올림픽이라는 중요한 도전을 앞두고 있다.
벤투 감독은 오는 5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 본선과 관련해 “선수 선발에 대한 우선권은 A팀에 있지만, 5월에는 U-20 대표팀에 우선권을 줘야 한다”며 “A팀에 한 번 뽑혔다고 해서 U-20 대표팀에 차출이 안 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추후 U-23 팀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연령별 대표팀 감독간 원활한 소통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 결과가 선수의 혹사로 이어지면 곤란하다. 소속팀에서 힘겨운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강인이 A팀과 U-23 대표팀, U-20 대표팀까지,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벌써 일각에서 “세 감독이 양보하면서 ‘운용의 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A팀에 일찍 합류한 게 오히려 어린 선수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남다른 재능으로 10대부터 여러 연령별 대표팀을 넘나든 선수는 이전에도 많았다. 이임생(48) 현 수원 삼성 감독과 FC 서울 공격수 박주영(34)이 대표적이다. 10대 후반부터 청소년팀과 성인대표팀 등 이리저리 불려 다녔다. 팬들에겐 큰 박수를 받았지만, 선수 자신은 혹사에 따른 부상 위험에 항상 노출됐다.
바람직하지 않은 건 그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다.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이강인이 A팀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는데, U-23 또는 U-20 대표팀에서 뛸 기회마저 잃는 경우다. 유럽에서는 A팀에 이름을 올린 선수의 경우 가급적 연령별 대표팀에 선발하지 않는 게 관례다. 실제로 일부 스페인 언론은 이강인의벤투호 합류 소식을 다루면서 ‘5월 U-20 월드컵에는 참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흘린다.
A팀과 달리 U-20 대표팀이나 U-23 대표팀은 소속팀이 선수 차출에 협조할 의무가 없다. 이강인이 일찌감치 A팀에 합류한 걸 이유로, 발렌시아가 추후 U-20 대표팀 차출 요청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이강인을 뽑을 수만 있다면 소속팀을 찾아가 삼고초려라도 하고 싶다”는 정정용 U-20 대표팀 감독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간다.
앞으로 발렌시아를 상대하는 대한축구협회의 대응 전략이 중요하다. “이미 A팀에 합류한 이강인을 왜 U-20 팀과 U-23 팀에도 보내줘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합리적인 답을 준비해야 한다. 벤투 감독과 정정용 감독, 김학범 감독이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2~3년간 ‘이강인 활용 플랜’을 미리 만들어두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혹사’와 ‘방치’가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적절히 자리매김하도록 도와줘야 한국 축구의 ‘미래’는 순조롭게 성장할 수 있다.
송지훈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