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일본은 시 주석 역시 국빈으로 초청할 계획이었다. 5월1일 즉위하는 새 일왕(일본에선 천황) 나루히토의 첫 국빈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맞고 6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정상회의 전후로 시 주석을 두번째 국빈으로 맞는 시나리오였다.
대통령이나 국왕 등 외국의 국가원수를 초청할 경우 ‘국빈’은 가장 높은 예우 형식이다. 일본의 경우 총리와의 회담, 일왕과의 회견, 일왕 주최 궁중 환영 행사가 기본적으로 포함된다. 국빈 한 사람 당 2000만엔(2억원)이상의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우리의 국무회의에 해당하는 각의의 결정도 필요하다.
새 일왕 '1호 국빈' 트럼프 눈치 보느라
시진핑 '국빈 초청' 무산될 위기 처해
겉으로는 '2억원 예산'등 이유로 거론
닛케이 "똑같이 대하면 미국이 싫어해"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사실은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했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경우 1998년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2008년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모두 국빈 자격으로 방일했다.
이번에도 중국 정부측은 똑같은 국빈대우를 일본측에 요청해왔다. 이 때문에 일본 외무성내엔 “국빈대우가 아니라면 시 주석이 일본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닛케이는 보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느라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가 공 들여온 시 주석의 국빈 방일 일정까지 재조정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일본 내엔 쿠릴열도 4개섬을 놓고 일본과 영토협상을 벌이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트럼프 대통령에 이은 새 일왕의 두번째 국빈으로 초청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일본과 외교현안으로 얽혀있는 강대국 지도자의 국빈 초청은 ‘정치 개입이 금지돼 있는 일왕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부를 수도 있다고 닛케이는 꼬집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