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K-POP), 케이뷰티(K-BEAUTY)에 이은 케이캐릭터(K-CHARACTER)의 시대인가.
카카오 캐릭터 ‘어피치’가 일본 20대 여성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2월 도쿄 오모테산도(表参道)에 카카오 프렌즈숍과 어피치 카페를 개장했는데 한 달만에 35만 명이 다녀갔다. 인기에 힘입어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9∼10일 도쿄 츠타야(蔦屋) 서점 다이칸야마(代官山) 지점에서 어피치를 한국 관광홍보대사로 임명하고 팝업스토어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 사전 예약자 300명을 비롯해 모두 2510명이 몰렸다.
한국 관광홍보대사 임명된 카카오 캐릭터
한국선 라이언 인기, 일본에선 어피치 난리
연분홍색 복숭아 모양, 일본 젊은 여성 취향
아이돌 넘어 캐릭터로 확산한 '신한류' 기대
일본 20대 여성 유독 열광
김명수 카카오IX 일본 법인장은 “일본 진출을 준비하며 시장조사를 했는데 20대 여성이 복숭아와 분홍색을 좋아해 어피치를 선호하는 걸로 나타났다”며 “듬직한 이미지의 라이언과 달리 표정이 다양하고 귀여운 어피치를 먼저 주력 캐릭터로 내세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일본 20대 여성 취향에 맞춰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 한국에도 24개 프렌즈숍이 있지만, 도쿄 오모테산도의 프렌즈숍은 분위기가 다르다. 라이언‧무지‧프로도 같은 7개 캐릭터는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어피치 제품만 판다. 사실상의 ‘어피치숍’인 셈이다.
자세히 보면 일본의 어피치는 한국 어피치와 조금 다르게 생겼다. 우선 일본인의 취향을 고려해 더 연하고 가벼운 분홍색을 썼다. 더욱이 일본의 어피치는 특유의 짓궂은 표정은 없고 모두 아기 얼굴을 하고 있다. 어피치의 어린 시절인 ‘리틀 어피치’만 수출한 것이다. 한국에는 없는 도쿄판 어피치 제품도 많이 만들었다. 이수경 파트장은 “일본에서 먼저 선보인 어피치 캐릭터 제품을 한국에 다시 들여오는 역전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류 신드롬
한국관광공사는 일본의 어피치 열풍을 ‘신한류’ 트렌드로 분석한다. 2000년대 초, 한국 드라마에 열광한 일본 중장년 여성이 1차 한류를 주도했다면, 요즘 일본의 20대는 방탄소년단·엑소 같은 아이돌뿐 아니라 음식·캐릭터 등 다양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정진수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장은 “일본 20~30대가 많이 찾는 복합문화공간에서 전시회를 열고, 일본의 SNS 스타인 사라를 초청해 행사를 진행한 것도 달라진 일본인의 여행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