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는 이날 한양대 자동차전자제어연구실 ‘ACE Lab(에이스랩)’과 함께 세계 최초로 5G(5세대)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을 공개 시연했다. 그간 국내외에서 자율주행 기술은 여러 차례 공개됐지만 실제 도로에서 전 구간을 5G 통신망을 이용하면서 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5G 자율주행차 세계 첫 공개 시연
차량 전후좌우·지붕에 8개 눈
내부 모니터엔 주변 상황 표시
자율주행 허가 차량 국내 60대
중국 바이두는 2000대 굴려
범퍼 안에는 레이더(Radar)도 달려 있다. 전자기파를 쏴서 돌아오는 반향파를 분석해 물체의 위치와 움직이는 속도를 감지하는 장치다. 내부 룸미러 주변에는 밖을 비추는 카메라 두 대가 전방 상황을 담는다. 선우명호 교수는 “라이더, 레이더, 카메라는 모두 사람으로 치면 눈에 해당한다. 운전자 대신 이들 장비가 주변 모든 상황을 놓치지 않고 정보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조수석 모니터는 ‘눈’들이 보내온 정보가 모이는 ‘두뇌’ 역할을 했다. 모니터 우측 상단의 내비게이션은 사고나 도로공사 상황이 있으면 목적지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스스로 변경한 뒤 음성으로 탑승자에게 안내했다. 완전자율주행 시대가 열려 이 모니터가 운전석이나 센터페시아에 내장된 형태가 된다면 자동차 운전은 마치 운전용 오락기구를 감상하는 것과 흡사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율주행은 크게 0~5까지 여섯 단계로 나뉜다. 이날 시연은 4단계 ‘고도 자율주행’ 기술로 운전자 개입이 전혀 없이 도심 8㎞를 20여 분간 달렸다. 사람이 타지 않고도 움직이는 5단계 ‘완전자율주행’의 직전 단계다. 5G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4단계 기술이 성큼 앞당겨진 셈이다. 미국에서 자율주행 택시 영업을 시작한 구글의 웨이모가 4단계와 5단계 사이의 기술로 영업을 하고 있다. 국내 자율주행 기술은 해외에 견줄 정도가 된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까지 4단계, 2030년까지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2021년에는 자율주행 친환경 로봇택시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다. 선우 교수는 “국내 자율주행 기술은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신호체계를 갖고 있다는 국내 신호등을 97~98%가량 정확하게 인식할 정도여서 제도적 여건 등을 제외하면 기술적으로는 1~2년 내 상용화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향후 국내 자율주행 기술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발전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국내 자율주행 허가 차량은 60대에 불과하다. 중국의 바이두는 2000대를 굴리며 도로와 사람의 탑승 정보를 긁어모으고 있다. 구글의 웨이모는 지난해 크라이슬러에 자율주행 택시 6만 대를 주문했다. 선우 교수는 “자율주행이 가져다 줄 과속·신호위반·교통사고 없는 미래를 누리려면 주행 데이터를 쌓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걷어내는 노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