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황우석 사태 후 생명윤리 강화=국회미래연구원과 중앙일보가 공동기획한 중장기 미래예측 보고서 ‘2050년에서 보내온 경고’에서 생명공학(BT)에 대한 시나리오들 중 지금의 상황이 지속할 경우에 맞을 가능성이 큰 예측 시나리오다. 이에 따르면 2050년의 세계 생명공학 기술은 줄기세포와 유전자 분석·치료 기술로 암·AIDS 등 주요 난치병을 극복하고 수백 개에 달하는 유전질환도 치료해 내는 수준에 이른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생명공학 관련 과학자도 환자도 중국·일본 등 외국으로 떠나버린 생명공학의 ‘갈라파고스’로 전락할 전망이다.
생명공학 규제 이대로 가면
앞서가던 줄기세포 기술 등 스톱
중국서 1억 주고 혈우병 유전치료
생명공학 규제 미·일 수준 낮추고
남용 방지 국가 차원 합의기구를
오문주 바이오코아 연구개발사업본부장은 “생명공학 분야에 대한 한국의 규제는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견해”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아직 유전자 분석과 편집, 줄기세포 분야에 뛰어난 과학자들이 있지만, 이런 규제 속에서는 미국은 물론 일본·중국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태가 앞으로 5년만 더 지속하면 한국은 앞선 국가들의 추격도 어려워져 생명공학 분야에서 영원한 소비자로 남아 고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30년 뒤 생명공학 기술은 완성 단계에 도달하지만, 무분별한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한 ‘디자이너 베이비’(Designer baby) 출생이 보편화한다. 1998년 개봉한 과학소설(SF) 영화 ‘가타카’가 현실화하는 세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줄기세포와 유전자 분석·치료에 부의 양극화(兩極化) 현상이 심각해진다는 점이다. 부유층은 태아와 성인의 유전자 편집이 일반화하고,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저가의 불법 유전자 편집에 의지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이들 계층에 예기치 못한 신종 질병과 돌연변이가 흔하게 나타난다. 사회는 갈등의 폭발로 이어진다.
그럼 인류는, 한국 사회는 어떤 생명공학의 미래를 원할까. 국회미래연구원은 ‘생명공학 꿈의 시대’를 바람직한 예측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2050년대 생명공학의 발달은 질병 치료뿐 아니라 수명의 연장, 환경과 식량·에너지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된다. SF적 상상이 아니다. 생명공학기술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발달하고, 법과 제도도 이를 뒷받침하게 될 때 일어날 수 있는 미래 모습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중국 남방과기대 허젠쿠이(賀建奎) 부교수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인류 최초의 유전자 편집 아기를 출산시켜 전 세계적 논란이 된 것에서 볼 수 있듯, 생명공학 꿈의 시대는 쉽사리 열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정책 대안으로 ▶한국의 생명공학 연구와 치료에 대한 법적 규제를 미국·일본 등 글로벌 수준으로 맞추고 ▶과학기술의 남용과 부작용을 막기 위한 국가 중심의 합의기구를 설치하며 ▶이후의 규제는 ‘금지한다고 규정되지 않는 모든 행위에 대해 허용해주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의 도입 등을 제시했다.
김홍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생명공학 기술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를 잘 살리고 부정적 파급 효과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법적·제도적 방안을 국가차원에서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법의 개정과 과학기술의 연구개발이 잘 결합한다면 한국은 이 분야에서 얼마든지 국제적으로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