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런 대란이 전공기초나 졸업 필수 과목에서도 벌어진다는 것이다. 제때 수강신청에 실패하면 기초 과목을 듣지 못한 채 고학년이 돼버린다. 졸업 필수 과목을 넣는 데 실패한 학생들은 강의를 거래하거나 ‘빌넣’(교수에게 빌어서 넣기)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대란 해결을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이 나오기도 한다. 연세대는 2015년부터 ‘수강신청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했다. 학생마다 72점씩 마일리지를 준 다음 신청 과목에 마일리지를 베팅하도록 한다. 한 과목에 최대 36점까지 걸고 베팅 점수가 높은 학생이 우선 신청된다. 꼭 듣고 싶은 과목을 위해 36점을 ‘올인’하는 방법도 있고, 여러 과목을 듣기 위해 분산 투자를 하는 방법도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강신청을 도박판으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밖에 이전 학기 학점에 따라 수강 우선권을 주는 ‘수강신청은 성적순’ 방식, 추첨으로 수강자를 선발하는 ‘로또’ 방식을 택한 대학도 있다.
올해 수강신청 대란은 한층 심해졌다. 예를 들어 고려대 총학생회는 전년도 1학기와 비교해 전공과목 74개, 교양과목 161개가 감소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개설 과목이 줄면서 수강신청에 실패했다는 학생들 불만이 잇따랐다. 고대생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반도체공학 삽니다", "기초통계학 구합니다" 등 강의를 거래하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8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강사 수 줄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강사가 줄어든 만큼 강좌 수가 줄고 강좌당 학생 수는 늘게 된다. 강좌가 소수의 대형 강의 위주로 재편되면 수강신청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강사법이 본격 적용되는 2학기에는 학생들의 강의 선택권이 더욱 침해받을 수 있다.
강사의 안정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강사법은 강사에게 교수 지위를 부여하고 방학 중 임금을 주는 내용 등을 포함한다. 당장 10여년간 등록금을 동결해온 대학은 재정 부담을 호소한다. 대학뿐 아니라 강사 단체인 한국비정규교수노조도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올해 확보한 강사 지원 예산은 288억원. 대학이 필요하다는 금액(2300억원)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강사법이 정부와 대학 간 돈의 문제가 되면서 정작 학생 학습권 논의는 소외돼왔다. 강사 대량 구조조정이 학습권 침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대학의 대책이 필요하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