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눈에 띈 건 해안가에 우뚝 선 ‘기적의 소나무’였다. 해안가에 빼곡하게 심어져 있던 7만그루의 소나무 중 17m가 넘는 쓰나미에 살아남은 건 단 한 그루뿐이었다.
"이미 뿌리까지 썩었다"는 사망진단을 받았지만, 이후 보존단체가 보강작업을 거쳐 같은 곳에 다시 심었다.
줄기를 방부처리한 뒤 새로운 철제심을 넣었고, 가지와 나뭇잎까지 똑같이 재현했다.
동일본대지진과 쓰나미, 11일로 만 8년
2012년 이어 다시 찾은 동북해안 60km
리쿠젠다카타 '기적의 소나무' 복원 완료
쓰레기더미 치웠지만 시가지 정비는 요원
비극의 장소 미나미산리쿠 방재청사 보존
불도저, 크레인, 트럭, 흙먼지 복구 몸부림
내비게이션은 길 못 찾고 갈팡질팡 '먹통'
이와테(岩手)현 리쿠젠다카타. 2011년 3월11일 동일본대지진과 쓰나미에 궤멸된 도시다.
전체 인구의 10분의 1에 가까운 1800명이 죽거나 행방불명됐고,시 중심가를 비롯한 전체의 건물의 70%가 피해를 입었다.
7년전인 2012년 2월 대지진 1년을 맞아 취재했던 이 곳을 지난 8일 다시 찾았다.
지역 부흥의 상징이자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마쓰바라 쓰나미 부흥 기념공원' 공사도 한창이다.
복구와 새로운 개발에 속도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거대한 공사장으로 변한 구 시가지에서 4년전부터 '간바로(岩張楼)'라는 라면집을 운영하는 50대 후반의 사장은 "고지대의 가설주택으로 피난갔던 사람들 대부분은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며 "중심가 일대는 공원으로 개발된다는데, 언제가 될지 아직 예측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상처가 깊었기에 새살이 돋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산리쿠 해안길을 따라 18km정도를 남쪽으로 달려 도착한 미야기(宮城)현 게센누마(氣仙沼)시. 쓰나미에 이은 화재로 시 전체가 불바다가 됐던 이 곳에선 1434명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됐다.
총 길이 60m의 대형 선박 ‘제18 교토쿠마루(共德丸)’가 바다에서 육지 한 가운데까지 밀려 들어왔던 시시오리(鹿折)지구도 7년전에 비해 꽤 정리가 된 상황이었다.
다시 40km를 남쪽으로 달리자 나타난 미나미산리쿠(南三陸)마을.
‘미나미산리쿠 방재청사의 비극’으로 잘 알려진 건물은 7년 전 처럼 붉은 색 철골만 남아 있었지만 보존을 위한 보강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우리로 치면 동사무소 직원이던 엔도 미키(遠藤未希ㆍ당시 24세)가 "미키~도망가! 안돼!"라는 동료직원의 절규속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주민들을 위한 대피방송 마이크를 놓지 않았던 곳이다.
주변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였던 7년전과는 달리 이 곳 주변 역시 제방공사 등이 활발했다.
하지만 리쿠젠다카타와 마찬가지로 마을의 중심부는 여전히 큰 황토색 도화지처럼 공백 상태였다.
렌터카에 부착된 차량 내비게이션이 어디가 길인지 어디가 산인지를 몰라 갈팡질팡대다 사실상 먹통이 돼버렸다.
리쿠젠다카타에서 미나미산리쿠까지 60km를 달리며 확인한 도호쿠 해안의 현 주소는 ‘불도저와 공사 트럭, 흙먼지’로 요약된다. 제2의 비극을 막기위한 해안 제방 쌓기와 끊어진 다리와 철길 잇기 등 부흥과 복구를 위한 사투의 현장이었다.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공식 인명피해 집계는 사망(15897명)ㆍ행방불명(2533명)을 합쳐 18430명이다.
피해가 극심했던 후쿠시마(福島)ㆍ미야기ㆍ이와테 3개 현의 가설 주택 등에서 피난 생활을 하는 사람도 아직 5만1778명이나 된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후유증은 아직도 심각하다. 사고 뒤 8년이 지났지만 폐로작업은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도쿄전력이 30~40년 후 완료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지만 진척이 더디다.
사고 당시의 멜트다운(meltdown·노심용융)으로 녹아내린 핵물질의 잔해(데브리·debris)를 끄집어내는 일이 고난도의 위험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런 데브리가 있는 원자로는 1~3호기 3곳. 도쿄전력은 최근에서야 겨우 1곳(2호기)에 파이프 형태의 기기를 넣어 데브리 접촉까진 성공했다. 그럼에도 데브리의 상태나 양에 대한 파악도 이뤄지지 않아 언제 꺼낼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원자로 격납용기 내부에 눌러붙은 핵 연료 찌꺼기, 수조속에 남은 사용후핵연료봉 1573개의 제거 작업도 진척이 없다.
총 100만t에 달하는 오염수도 골칫거리다. 오염수 보관용 탱크를 놓아둘 부지도 포화상태여서 ‘오염수 정화 뒤 바다에의 방류’문제가 또다시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도쿄돔 11개 분에 해당한다는 오염토 처리까지 숙제만 쌓이고 있다.
리쿠젠다카타(이와테현)ㆍ미나미산리쿠(미야기현) 〓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