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는 차베스식 포퓰리즘 정책에 집착하다가 원유가격이 내려가자 위기를 맞았다. 재정적자가 2014년부터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15%를 넘었다. 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화폐를 마구 발행했다. 물가가 계속 오르자 생산물 가격을 통제하고 생필품을 배급하며 최저 임금을 올렸다. 기업들은 손실이 누적되고 대혼란이 시작됐다. 작년 물가상승률은 1,370,000%였다. 대략 18일마다 물가가 2배씩 올랐다. 경제성장률이 지난 4년간 -6%, -16%, -14%, -18%로 실질 GDP가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
독재자의 아집과 잘못된 정책이
국민 고통과 국가 파멸을 초래
베네수엘라 뿐 아니라 북한에도
정치적 자유와 경제 개혁으로
고통받는 주민에게 봄이 왔으면
베네수엘라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미국은 석유 대금을 마두로 정부에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외교와 경제 압박을 가하고 있다. 군사 개입도 고려하지만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고 중남미에서 반미 감정이 확산할 수 있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마두로는 미국이 군사 개입하면 베트남처럼 패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네수엘라 기획부 장관을 역임한 리카르도 하우스만 하버드대학 교수는 베네수엘라의 사례는 “국민의 경제적 권리를 억압해 투자와 생산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게 하고, 정치적 권리를 억압해 국민이 원하는 정부와 정책을 선택할 수 없는 국가의 운명을 보여준다”고 개탄했다.
10년 전만 해도 남미에서 가장 잘 살던 국가의 불행이 북한의 모습과 겹친다. 1970년대 초에 남한과 같은 수준이던 북한의 일 인당 소득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실패로 남한의 5%(한국은행의 추정치)로 격차가 벌어졌다. 북한 주민들은 세습 독재정권에서 정치적 권리와 경제적 자유를 박탈당했다. 평양의 특권층은 잘살아도 일반 주민들의 삶은 피폐하다. 토마스 퀸타나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 1월 “북한 주민들, 특히 지방에 사는 주민들의 생활이 매우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에 대한 실상에 전혀 변함이 없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도 북한도 미래가 불확실하다. 북한이 지금과 같이 핵 개발과 폐쇄적이고 비효율적인 경제 정책을 계속한다면 베네수엘라가 겪는 혼란과 국가 파탄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그 파급효과는 북한 주민뿐 아니라 한국과 주변국에 크게 미칠 것이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도 북한도 지도자가 결단하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 김정은은 하노이를 떠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북한의 지배층이 핵무기를 과감히 포기하고 진정한 평화의 길로 나와서 경제 개혁과 개방을 과감히 추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더불어 북한 주민도 정치와 경제의 기본권을 누릴 수 있는 봄날이 와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교수 경제학과